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연출한 그의 인기는 여전했다.
그러나 월드컵 개막 1년 전만 해도 히딩크 감독은 ‘동네북’이었다.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5-0으로 참패한 뒤 그에게는 ‘오대영’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축구팬들은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를 너무 모른다”며 “더 늦기 전에 바꾸자”고 주장했다.
히딩크 감독을 광고모델로 쓰던 모 신용카드사는 광고를 중단했다. 히딩크 감독은 국정감사장에서도 ‘안줏감’이 됐다. 한 의원은 “일본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보다 훨씬 많은 돈을 주고 데려왔는데 지금까지 해 놓은 것이 뭐가 있느냐”며 그의 지도력을 의심했다.
공교롭게도 2006 독일 월드컵을 1년 앞둔 요즘 4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축구팬 3명 중 1명이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회원들도 54%가 “그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 본프레레 감독 기사가 뜨면 ‘조봉래(조 본프레레 감독을 한국식으로 우습게 부르는 이름)는 집에 가라’, ‘한국 축구를 망치려고 온 자다. 어서 바꿔라’ 등 온갖 비난과 욕설이 담긴 댓글이 순식간에 수십, 수백 개씩 붙는다.
많은 사람이 본프레레 감독과 히딩크 감독을 비교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위상은 너무나 다르다. 히딩크 감독은 축구협회와 프로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1년 반 동안 절대권한을 갖고 선수 소집, 해외 원정,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 등을 치렀다. 아쉽게도 본프레레 감독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 선수 소집을 할라치면 프로구단의 반대에 부닥쳐야 하고 A매치를 앞두고도 선수 전원을 모아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기간은 사나흘 정도에 불과하다.
국민의 성원도 2002 한일월드컵만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 감독 영입 등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기에는 남은 1년이 너무 짧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감독과 선수들에 대한 꿋꿋한 믿음과 뜨거운 응원이 아니었을까.
정재윤 스포츠레저부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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