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난타’ 뉴욕 장기공연 끝낸 송승환 PMC대표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05분


코멘트
국내 공연사상 처음으로 ‘공연의 메카’ 미국 뉴욕 무대에 ‘난타’를 올려 1년 반 동안 ‘버티며’ 우리 문화상품의 힘을 확인한 송승환 씨. 권주훈 기자
국내 공연사상 처음으로 ‘공연의 메카’ 미국 뉴욕 무대에 ‘난타’를 올려 1년 반 동안 ‘버티며’ 우리 문화상품의 힘을 확인한 송승환 씨. 권주훈 기자
7일, 미국 뉴욕에서 ‘난타’가 총 632회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6개월도 버티기 힘들다’는 오프브로드웨이에 국내 공연 사상 최초로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장기 공연을 시작한 지 꼭 1년 6개월 만이었다.

막을 내리던 날, 제작자인 송승환(48) ㈜PMC 대표는 한국에 있었다. “‘막공’(마지막 공연) 보러 뉴욕에 안 갔느냐?”는 질문에 그는 “시작하는 것만 본다(웃음). ‘난타’는 라스베이거스 공연할 때나 보러 갈 것”이라고 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라스베이거스 쇼 무대 진출을 목표로 현지 호텔 3곳과 협상 중이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의 ‘난타’ 1년 반 공연 가계부는 수치상으로는 30만 달러(약 3억 원) 적자다. ‘난타’는 한때 세계적인 넌버벌 퍼포먼스인 ‘스텀프’의 매출을 앞지르기도 했지만 1년을 넘기면서 관객이 줄기 시작했다.

“총 15만 명이 봤는데 그 정도면 뉴요커 중엔 볼 만한 사람은 다 본 거죠. 브로드웨이에서 몇 년씩 장기 공연을 할 수 있으려면 뉴요커만이 아니라 뉴욕에 온 관광객을 잡아야 해요. 하지만 뉴욕에 온 관광객이 브로드웨이 공연 한 편을 선택한다면 ‘라이언 킹’이나 ‘오페라의 유령’을 보겠죠. 그래서 끝냈는데 초기 투자금 30만 달러는 회수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는 이를 손실이 아닌 마케팅 비용으로 친다.

“‘오프’에서 1년 반이나 수익을 내며 공연했다는 사실은 미국 내에서도 엄청난 ‘크레디트’죠. ‘오프’ 진출은 그것만으로도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성공입니다.”

정작 ‘돈으로 따질 수 있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건 국내 시장, 정확히는 국내의 외국 관광객 시장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 공연 시장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죠. 워커힐 쇼나 정동극장의 전통 공연 외엔 다른 경쟁작이 거의 없으니까요.”

공연계가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는 요즘에도 ‘난타’라는 ‘효자’를 둔 PMC의 매출은 해마다 상승곡선을 그린다. PMC는 올 상반기에만 97억 원 매출에 세전순익 23억 원을 냈다. 80%를 ‘난타’가 벌었다. 올해 매출 목표액은 200억 원. 영세한 공연 판에서는 재벌 수준의 규모다.

그는 요즘 중국과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공연의 메카’라는 뉴욕에서 1년 반 동안 공연하면서 깨달은 것은 “대사가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 외에는 미국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 그 이유로 그는 “자막을 읽는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았다. 미국의 경우 영어로 된 좋은 공연작품이 넘쳐나기 때문에 자막 처리된 외국 공연은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동남아의 경우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자막 읽는 문화’가 자리 잡은 만큼 자막 처리를 한 뮤지컬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가 동남아용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수출상품’은 가요 뮤지컬 ‘달고나’다.

“‘한류열풍’에서 알 수 있듯 한국 가요는 아시아에서 서양 음악보다 정서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어 브로드웨이 뮤지컬보다 경쟁력이 있어요.”

‘달고나’는 내년부터 일본어, 영어 자막 서비스와 함께 대학로에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장기 공연에 돌입한다. 이 밖에 그는 중국 뮤지컬 시장을 노린 창작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등 뮤지컬 3, 4편을 준비 중이다.

㈜PMC는 그와 휘문고 동기동창인 이광호 씨가 공동대표다. 이름 그대로 퍼포먼스(Performance)와 뮤지컬(Musical), 그리고 영화(Cinema) 제작사다. P와 M은 활발한 반면 C는 상대적으로 활동이 저조하다.

“2002년 처음 제작한 영화 ‘굳세어라 금순아’가 망한 뒤 조심스러웠다”는 그는 내년에 장영실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사극 ‘조선발명공작소’로 영화제작에 재도전한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오프 브로드웨이(Off Broadway)란:

‘브로드웨이’는 미국 뉴욕의 극장가.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를 나누는 실질적 기준은 위치가 아닌 객석 규모다. 500∼2000석 규모는 브로드웨이, 100∼499석 규모는 오프브로드웨이로 불린다.

▼송승환 대표는▼

△1957년 서울생

△1975년 휘문고 졸

△1977년 한국외국어대 중퇴

(1996년 한국외국어대 명예졸업)

△1989년 극단 환퍼포먼스 창단

△1997년 ‘난타’ 제작

△현 ㈜PMC 대표, 명지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