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문학을 즐긴 경험을 갖고 있다. 재미있는 놀이에 빠져들듯 동화를 읽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저도 모르게 동시를 외던 유년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다. 문학이야말로 아이들의 틀에 박히지 않은 정신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어서 그 말이 어디로 뛰건, 그 자체가 천진한 기쁨이며 즐거움이다. 그 속에서 자신의 어떤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현대시의 기원인 보들레르가 말하지 않았던가. 진정한 문학예술이란 다시 되찾은 유년이라고. 문학은 이처럼 꽉 짜인 일상 속의 특별한 축제와도 같은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며 그 문학에서 멀어진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가장 큰 이유는 정신의 자유로움을 쫓아가지 못하는 경직된 제도가 아닐까. 자기와 세계를 발견하는 따뜻한 지혜의 시간 대신 이미 알려진 지식만이 전부라며 물음 이전에 주워 담을 것을 강요하는 차가운 제도. 그래서인지 문학을 배우는 나이가 되면 지식은 잔뜩 늘었으되 정작 말을 즐기는 기술은 잃어버린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문학의 기쁨을 알려 주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그런 사람일수록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진다. 문학을 잘 알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그때 내가 주저 없이 뽑아드는 게 바로 이 ‘문학이란 무엇인가’다.
그 이유는 첫째, 즐기지 못하고서는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문학관을 너무나 잘 보여 준다. 삶에서 말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가 생생하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 문학으로부터 길어 낸 값진 인용문이 다채롭게 들어 있다. 영문학자로서 펼쳐 보인 서양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씨줄이라면 그것과 엮이며 멋진 무늬를 지어 낸 우리말의 보고(寶庫)는 날줄이다. 적어도 이 지점에서 우리의 문학 이해는 서양의 그것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셋째, 무엇보다도 쉽다. 이 책 안에 특별한 설명을 필요로 할 만큼 어려운 말은 없다. 독자의 선(先)지식이 모자라 모르는 개념은 있을지언정. 모자라는 지식이야 찾아서 메우면 된다. 이렇게 깊이 있는 지식을 담고도 쉬운 책을 발견하기란 정말 드문 일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각 장의 뒤를 갈무리하고 있는 적절한 참고문헌에 이르기까지, 문학 입문서로서의 이 책은 안타까운 데를 찾아보기 어렵다.
문학인으로서 나는 1989년을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온 해로 기억한다. 16년 전 9월, 나는 우리가 이만 한 책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박철화 중앙대 교수 문학평론가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