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터뷰에 앞서 “양국 간에 최근 불행한 시기가 있었다”며 “한국 국민의 (과거사에 대한) 심정을 이해하고 엄숙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전임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대사가 2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이름)는 일본 영토”라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던 점을 의식한 듯, 시종 현안에 조심스럽게 답했다.
―영화 감상이 취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한국영화도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몇 년 전에 보았고 최근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살인의 추억’ 등을 재미있게 봤다. 다만 TV 드라마는 오래 이어지는 것이어서 아직 보지 못했다. 앞으로 볼 생각이다.”
―‘한일 우정의 해’인 올해 교과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유난히 양국 간 갈등이 불거졌다. 해법은 무엇인가.
“여러 사안이 발생해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빠져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감정 대립은 도움이 안 된다. 대국적 견지에서 우호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이 대목에서 오시마 대사는 “어깨에 힘을 빼고 열심히 뛰겠다”며 웃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올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보류했지만 작년까지는 참배를 강행해 한국 중국의 반발을 샀는데….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메이지유신 이래 나라를 위해 본의 아니게 생명을 바친 사람들을 추도하고 다시는 비참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부전(不戰)의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총리는 이번 8·15 담화에서도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며 평화국가로서의 노선을 지켜 갈 것임을 다짐했다. 이 담화는 각료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무거운 의미가 있다.”
―일본 정부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강경 자세로 일관하는 바람에 6자회담의 타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6자회담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핵심이지만 미사일,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해결됨으로써 일-북 국교정상화의 전망이 밝아지면 핵문제의 최종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납치 문제는 국민의 생명에 관한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일본 정부로서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일협정문서 공개를 계기로 당시 보상에서 제외된 피해자들에게 추가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의 틀을 변경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다만 사할린 거주 한국인과 원폭피해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인도적 차원에서 가능한 한 지원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관점에서 노력할 것이다.”
―‘한류 붐’ 등 확대되는 양국 간의 ‘풀뿌리 교류’를 증진시킬 방안이 있다면….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통해 양국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특히 최근 한류 붐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 일본 정부로서도 이런 흐름을 측면지원하려 한다. 양국의 대표적인 축제를 소개하기 위해 9월 24일 서울 대학로에서 개최되는 ‘한일 축제 한마당’도 그런 행사의 하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한국 축구팬들이 ‘일본과 함께 프랑스로’라며 응원하자 일본 젊은이들이 감동했다. 2002년에는 거꾸로 한국이 준결승에 진출하자 일본이 응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감동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듣고 일본 사람들은 ‘당연한 일에 왜 감동하느냐’며 오히려 놀랐다.”
한반도 통일 문제에 화제가 미치자 오시마 대사는 “일본은 한반도 통일에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북 관계가 정상화되면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한반도 평화통일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난 사람=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오시마 대사는
△1943년 도쿄 출생
△1968년 도쿄대 법대 졸업, 외무성 입성
△1997년 경제국장
△2000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2001년 외무심의관
△2002년 주제네바 일본대표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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