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바쁘다. 엊그제는 “언론에서 비방의 근거로 삼는 데이터가 왜곡된 것이 많아 해명하느라 국민과 의사소통을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본보의 사실보도(9일자 A4면 참조) 때문에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주택보유세 실효세율 1% 목표를 공식 철회한 것도 너무 바빠서 모른 모양이다. 언론이 없었으면 국민은 세금바가지를 쓸 뻔했다. 조세연구원에서는 쓴 적도, 본 적도 없다는 ‘선진국 보유세 1%’ 소리가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청와대 홈페이지의 정책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경제 양극화와 한국의 미래’ 보고서에서 당시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부동산 보유세 부담은) 선진국이 대략 1% 내외’라고 썼다. ‘참여정부에서는 보유세를 임기 말까지 두 배 수준으로 높일 목표’라며 시퍼런 칼날도 감추지 않았다. ▽왜곡 ‘보고’ 언제까지▽ 청와대를 떠난 뒤에도 이 씨의 곡학아세(曲學阿世)는 멈추지 않는다. 지난달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분배와 성장은 동행’이라는 글에서 그는 ‘분배가 잘된 나라일수록 성장이 빠르다’며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을 비난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것들이어서 경제학자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까지 했다. 그가 근거로 내세우는 자료가 ‘경제 양극화…’에 등장한다. 1993, 96, 98, 2002년에 나온, 과히 최근이라고 할 수 없는 연구들이다. 훨씬 최근인 올해 6월 28일 세계은행은 ‘경제성장이 빈곤을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통찰하는 새로운 연구’라며 결과를 내놓았다. 14개국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방대한 자료다. 이와 관련해 세계은행이 주요 논문으로 제시한 움베르토 로페스의 2004년 연구는 ‘불평등이 일시적으로 증가해도 모든 경제성장정책은 빈곤을 감소시킨다’고 결론지었다. 이게 최근 경제학계의 주류이론이다. 빈곤을 줄여 다 함께 잘사는 것과 부(富)를 줄여 어떻게든 다 함께 사는 것이 다를 수는 있다. 문제는 분배든 성장이든 제대로 해내는 일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왜곡된 내용으로 대통령에게 아첨하는 ‘곡학아통(曲學阿統)’ 보고서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14일 ‘대통령과 함께 읽는 보고서’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개된 ‘한국민주주의와 연합정치’라는 제목의 글은 1966∼69년 독일의 기독민주연합과 사회민주당의 대연정(大聯政)에 대해 장점만을 소개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토대로 경제위기와 동서독 갈등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총리 이름이 기억되지 않을 만큼 평가가 엇갈린다든가,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해 1968년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왔고, ‘적에 입 맞춰 적을 죽이는’ 사민당의 작전이었다는 전혀 다른 분석은 언급도 없다. 참여정부 전반기 보고서도 분홍빛이다. 2004년 19위에서 올해 15위로 오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국가경쟁력 지수는 소개하면서, 정부 평가 6개 항목 중 효율성 등 5개 항목이 2년 전보다 추락한 세계은행 자료는 쏙 뺐다. 국방부 업무보고서에 멋지게 소개된 ‘프랑스 국방개혁 법제화’ 역시 프랑스 안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 ▽누가 대통령을 잘못 이끄나▽ 이제 청와대는 정치문화 선진화에 대해 깊이 모색할 작정이라고 예고한다. 또 어떤 희한한 보고서가 등장해 국정을 잘못 이끌도록 대통령을 오도(誤導)할지 모골이 송연해진다. 싫은 소리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래도 고루 듣고 판단하는 게 집권층 사람들의 의무요, 책임이다. 좋은 소리만 가려서 하고, 듣기 싫다고 허구한 날 세금 써 가며 언론의 ‘문제보도’와 ‘문제성 보도’를 찾아내 역공하는 걸 일삼는 공무원들을 예뻐할 바는 아니다. 이런저런 탓에 국가균형발전을 못 시킨다면 균형 잡힌 보고라도 받아 생각의 균형부터 잡을 일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