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은 경제를 잘 아는 사람에게도 뚱딴지같은 질문으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뛰어난 통찰력과 정곡을 찌르는 분석으로 널리 알려진 폴 크루그먼 교수는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지며 책을 시작하고 있다. 그는 이런 질문이 결코 어처구니없는 질문이 아니라 얼마나 합리적인 질문인지를 인식시키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경제학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것들을 외생 변수로 처리하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경기 순환이 외부에서의 충격으로 발생한 것처럼 설명하고 있으며, 외부 충격의 원인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즉 경기 변동의 원인을 찾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경기는 변동할 이유가 있으므로 변동한다는 식의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아무 관계도 없는 듯한 현상들 간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자연과학의 ‘복잡계’ 개념을 사회과학에도 도입하여 설명할 것을 권고한다.
복잡계란 복잡한 피드백 시스템이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며, 개별적인 행동들의 상호 조화가 완전히 새로운 집단적인 행동을 낳는 ‘출현의 과학’이다. 또한 복잡계란 동질적이거나 무작위적인 상태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거대한 패턴을 형성해 가는 ‘자기 조직화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복잡계의 피드백 원리와 출현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으나 자기 조직의 원리를 모르고 있다.
저자는 자기 조직의 원리를 ‘불안정으로부터의 질서’와 ‘불규칙한 성장으로부터의 질서’로 구분한다. 첫 번째 질서의 예를 들어 보자. 열대 상공의 무더운 수증기 때문에 대기의 순환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자연적으로 기상 패턴을 스스로 조직하며 허리케인이 발생한다. 허리케인과 마찬가지로 경기 불황은 하늘에 벼락 치듯이 닥쳐오며, 대도시는 ‘특별히 선호되는 파장’에 따라 여러 중심 지구를 가진 형태로 진화한다.
두 번째 질서의 예를 들면 이렇다. 언뜻 보기에 무질서하고 복잡해 보이는 지진이나 운석의 분포가 ‘제곱의 법칙’을 따르고 있듯이 도시의 분포도 ‘제곱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2위 도시의 인구 규모는 1위 도시의 2분의 1이고, 3위 도시는 3분의 1, 10위 도시는 10분의 1이다.
지역 균형개발에서는 인구 규모가 같은 도시를 여러 개 상정하고 있으나 이는 두 번째 질서에 역행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세계가 자기 조직화하는 시스템들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하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토로한다. 아울러 독자들도 경제가 자기 조직화한다는 개념을 자기처럼 ‘흥분과 즐거움으로’ 발견하기를 촉구하며 책을 마치고 있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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