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라르 뱅데]대체에너지 개발 전세계가 힘모을 때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코멘트
1973년과 1979년에 이어 제3차 오일쇼크가 닥쳤다. 현재 상황은 1973년과는 다르다. 첫 번째 오일쇼크는 생산을 제한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결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경제적, 지정학적, 지질학적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가 소비 예측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아무도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하지 못했다. 프랑스는 석유 구입에 배당된 올해 예산을 배럴당 36달러에 고정해 뒀다. 유가가 7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라크전쟁은 진행 중이고 이란을 둘러싼 국제 상황이 어지러우며 테러 증가에 따른 불확실함이 계속되고 있다. 지정학적 분쟁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현재의 분쟁은 어떤 식으로든 석유라는 현실적 원인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불안도 가장 근본적인 불안에는 미치지 못한다. 바로 지질학적인 측면에서의 불안이다. 우선 석유매장량과 관련한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현재 매장량 추정은 OPEC가 내놓는 데이터에 근거한다. 그런데 그 데이터란 다름 아닌 OPEC 회원국들이 각기 공표한 수치다. 생산 쿼터를 더 따내기 위해 매장량을 부풀렸을 수도 있다.

미개발 유전을 찾아내고 시추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비용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추 비용은 현재 배럴당 2달러지만 머잖아 1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들을 감안할 때 유가는 점점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유가는 둘째 치고 석유가 점점 귀해지는 현실이 곧 닥칠 것이다. 현재의 유가가 오르내리는 것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라 미래의 재앙에 대비해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지금부터라도 에너지 연구에 전 세계가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우선은 원유 추출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지금의 기술로는 매장된 원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양만 퍼 올리는 현실이다.

에너지정책은 대체에너지 개발 쪽으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에너지와 관련해 더는 경쟁의 시대가 아니라 협력의 시대다. 인류에게 거의 무한정한 에너지를 제공하게 될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는 그런 점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 줄 것이다.

교통 분야에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철로나 하천을 이용해 화물을 대량으로 운송함으로써 연료를 절약하는 수단이 개발돼야 한다. 자동차 분야에선 휘발유와 전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이 본격화됨으로써 중대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교통 분야에서의 이런 변화들은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 국가가 대승적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우리는 오일쇼크에서 얻은 교훈을 실천에 옮기는 지혜를 발휘해 왔다. 첫 번째 오일쇼크 이후 각 나라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전기 생산에 석유를 거의 쓰지 않는다. 80%가량이 원자력 발전이다. 알자스 지방에는 집집마다 태양열 발전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스페인은 풍력 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체 에너지 생산의 5∼12%를 풍력 발전이 담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지역은 광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의 개척지로 꼽힌다.

또다시 찾아온 오일쇼크. 절대 반길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래 에너지 문제에 대해 모두 한번쯤 고민해 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