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일본의 ‘改憲 노래’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8분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나라 노래’의 첫머리부터 드러난다. 애국가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한다. 기미가요는 ‘천황이 다스리는 세상, 작은 돌이 바위만큼 되고, 거기 이끼 낄 때까지’이다. 한국의 ‘바다가 마르고, 산이 닳는’에 비추어보면 일본 것은 좀 이상하다. 똑같은 과장이라도 ‘돌이 합쳐져 바위가 되는 것’은 과학과 상식에 반하는 신화(神話)가 아닌가.

▷화산 많은 일본이니 돌멩이가 용암에 녹아 바위가 될 수도 있긴 할 터이다. 그래도 역시 단결이 장기인 ‘신의 나라’ 일본다운 발상이 아닐까? 한일의 차이는 또 있다. 신성한 ‘천황 찬가’의 편곡 작곡에 독일인 프란츠 에켈트, 영국인 윌리엄 펜턴 두 사람이 가담했다. 하지만 ‘나라 노래’를 이방인이 짓느냐고 반문하는 일본인은 없었다. 신화와 실용, 전혀 다른 두 갈래 모순이 공존하는 일본이다.

▷집권 자민당의 헌법 전문(前文) 초안이 나왔다. ‘태평양과 일본해의 파도 철썩이는 아름다운 섬들에서’라는 문구가 새로 생겼다. 독도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근거라고 한다. 자위대의 군대화를 위해 ‘나라 사랑하는 국민의 노력으로 독립을 지킨다’는 구절도 넣었다. 이런 전문이 새헌법기초위원회 위원장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주도로 만들어져 당론에 부쳐졌다고 한다.

▷나카소네 씨는 반세기 전인 1956년 ‘개헌의 노래’를 손수 짓기도 한 개헌파다. ‘맥아더헌법을 지키는 건 맥아더의 하인이 되는 것. 이 헌법 있는 한 무조건 항복은 계속될 뿐’ ‘이 헌법 안 받으면, 천황제를 없앤다 해서, 눈물 머금고 받아들였노라.’ 지금까지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고 국민을 참화(慘禍)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은 데 대한 반성으로 평화헌법을 유지해 왔다. 이제 일본국민은 전쟁을 잊어간다. 선거에서 압승한 자민당은 ‘돌멩이’를 모으고 뭉쳐 개헌이라는 ‘바위’를 얻고자 한다. 그 ‘바위’가 이웃나라에 재앙(災殃)이 되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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