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사랑을 받는 자신이 눈물이 날 만큼 자랑스러워서, 차마 비에 젖기에도 죄송해서, 그토록 자신을 아끼고 돌보게 된 것이지요. 지극히 평범한 이 남자는 오직 사랑 덕분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귀한 존재로 깜짝 변신합니다.
그는 이제 설령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도, 혹은 핀잔을 당해도 삶을 혐오하지 않아요. 자신의 못남을 타박하는 대신 정다운 애인의 눈길을 햇살 삼아 인생을 활짝 꽃피우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신비하고 오묘한 힘으로 인간을 거듭나게 합니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은 사랑 때문에 신세를 망치고, 영혼을 사기당하고, 불행을 잉태하게 되었다며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대체 왜 그토록 소중한 사랑이 불신과 환멸을 낳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을까요? 이는 제 생각에, 사람들의 입맛이 자극적인 사랑에 길들여지고, 무늬만의 사랑에 홀린 나머지 진정한 사랑과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랑의 순수성이 오염된 현실이 못내 안타까웠던가, 사랑의 본질을 되찾는 운동에 앞장선 사람이 있어요. 바로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입니다.
사랑학의 명강사를 자처한 프롬은 사랑도 일종의 기술이라는 파격적인 주장과 함께 ‘사랑의 기술’이라는 교재까지 펴냈지요. 책은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을 겨냥한 다양한 방법론을 비롯해 실전까지 상세하게 수록하고 있습니다. 불끈 호기심이 치솟는 독자들을 위해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프롬은 먼저 사랑을 ‘정서적 감정이나 느낌이 아닌 의지와 노력의 산물’로 정의한 후 사랑의 핵심 이론과 함께 네 가지 실천방안을 제시합니다.
그 네 가지란 피나는 훈련과 정신집중, 인내심과 관심입니다. 저자는 불굴의 의지를 갖고 이를 실천할 때 비로소 사랑학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점을 못 박습니다. 다시 말해 뛰어난 정신적 자질과 강한 신념을 가진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사랑의 달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지요.
아울러 프롬은 사랑의 기술을 상대를 유혹하는 잔재주쯤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을 꾸짖는 한편 사랑학 탐구의 필연성을 구구절절 설명합니다.
인간은 고독이라는 감옥에 갇힌 가련한 죄수이며, 사랑을 통해 결합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켜야만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숙명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닫힌 사랑에서 열린 사랑으로, 미숙한 사랑에서 성숙한 사랑으로, 환상의 사랑에서 현실의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랑의 기술을 부단히 갈고닦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공부라면 신물이 난다며 행여 비명을 지를지도 모를 청소년들께 제가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 좀 더 깊은 뜻이 있어요. 인격을 완성하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며, 살아있는 매 순간이 기적이요, 축복임을 절감하는 데 사랑만 한 스승도 없으니까요.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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