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을 ‘동물행동학(動物行動學·ethology)’이라 한다. ‘생태학’이란 말이 넓고 포괄적이라면 ‘행동학’은 생태학의 일부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바로 최 교수는 생태학자이면서 행동학자다.
이제 우리는 개미제국(帝國)을 찾아 들었다. 제국이란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로 왕국(王國)이라고도 한다. 개미제국의 황제는 여잔가 남잔가. 당연히 여왕개미다. 얼마 전에 숨을 붙들고 읽었던 샨사의 장편소설 ‘女皇(여황) 측천무후’가 뇌리에 번쩍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개미도 ‘여자’다. 수컷은 몇 마리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개미제국은 암놈들의 세상이다!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마냥 놓지 못하고 쭉 다 넘겨 버린다. 맛난 글에 멋진 사진과 잘 그려진 그림이 삼위일체(三位一體)를 이루고 있으니 삼매에다 탐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글은 그 사람’이라고, 직접 체험한 것을 글로 써 놨으니 현실감, 생동감이 넘친다. 개미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인간사를 버무려 주니 말 그대로 영양가 높은 비빔밥이다. 필자는 늘 “강의는 잘 차려진 밥상이다”라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푸짐한 밥상을 차리는 데 선수다. 또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의 ‘말은 맛이 없다(語言無味)’”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원래 문학성이 풍부한 최 교수의 글에는 풋풋하고 은은한 ‘글맛’이 풍긴다. 그리고 최 교수는 정말 알아듣기 쉽게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면서 잘도 이끌고 간다! 개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어가듯 이어간다. 글 쓰는 것도 타고나는 것일까?
최 교수는 알고 보면 필자가 경기고등학교에서 가르쳤던 제자들 또래다. 최 교수가 내 책 ‘인체기행’의 서평(書評)을 동아일보에 쓰면서도 말했듯이, 미국에서 나의 많은 제자를 만났고, 그때마다 제자들이 내 이야기를 하더라고 했다.
아무튼 대단한 분이다! 저자는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 전임강사, 미시간대 생물학과 부교수를 거쳐 지금은 모교인 서울대 생물학과에 있다. 역시 부럽다. 경력은 멋으로 있는 게 아니다. 미시간대엔 필자도 방문교수로 갔었다. 생물학과에 교수만도 70명이 넘는 유수한 대학이 아니던가. 그리고 최 교수는 어떤 면에서 행운아다. 왜? 이 책에 자주 소개하는, ‘생물사회학(生物社會學)’이라는 새로운 생물의 영역을 개척한 에드워드 윌슨을 지도교수로 만났기 때문이다. ‘그 선생에 그 제자’란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맞다.
이 책을 읽으면 개미의 세계를 환히 들여다보는 듯, 환상의 세계를 지나치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읽고 싶은 생각이 불뚝 솟게 하는 큰 제목 몇 개를 본다. 개미들의 분업제도, 일꾼개미의 거대한 지하농장, 무시무시한 군대개미의 행진, 화학암호를 해독하여 개미 등쳐 먹는 기생곤충, 자식도 포기하고 여왕을 위해 봉사함…. 이게 어디 개미 이야기인가? 사람 이야기지. 그래서 생물학, 생물책 읽기가 재미난다!
권오길 강원대 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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