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가 뒤늦게 사과하기는 했지만 한국계처럼 소수 인종 출신이 미국 주류 정치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런 뿌리 깊은 편견부터 극복해야 한다. 백인 주류사회의 높은 벽을 뛰어넘기란 그만큼 힘든 일이다. 경제계나 과학계 등 다른 분야에 비해 그동안 한인의 정치권 진출이 미진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11월 8일 이 같은 편견을 극복하고 에디슨 시장에 당선됐다. 한인으로는 미국 본토 최초의 직선 시장이었다. 내년 1월 시장 취임을 앞두고 준비에 바쁜 그를 18일 만났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한인 이민 1세대는 자녀 세대를 위해 많은 희생을 했습니다. 제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부친인 최상영(崔相英·65) 씨는 육사 17기 출신으로 오로지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을 결심했다고 한다.
“저희 가족은 ‘전형적인 이민자 가정’입니다. 제가 세 살 때 이민 왔는데, 부모님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요. 언어 구사의 어려움 때문에 번듯한 큰 회사에는 직장을 잡을 수 없어 자영업(세탁소)을 시작하셨는데 운 좋게도 성공하셨습니다. 그래서 누나는 스탠퍼드대에, 저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다닐 수 있었지요. 몇 년 전 은퇴할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셨습니다.”
MIT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그가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정치권에 진출한 이유가 궁금했다.
“제가 어렸을 때 꿈은 우주비행사였습니다. 선출직에 나서리라고는 전혀 꿈조차 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에 다닐 때 ‘의미 있는 삶’이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정치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200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 캠프에 합류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답니다.”
그는 미국에 사는 한인교포들은 미국 현지 정치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한인들의 투표율은 20% 안팎으로 미국 주류사회에 자리를 잡은 유대인에 비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한인들이 미국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놓친 기회(lost oppor-tunity)’가 많아요. 이는 미국 내 한인교포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앞으로의 정치적 포부에 대해 그는 ‘좋은 에디슨 시장’이 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에디슨 시에 제약, 바이오, 하이테크 등 21세기형 첨단 기업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이 들어온다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는 그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는 적지만 한국이 주요한 경제 및 문화국가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8일 선거에서 샘 윤(35) 후보가 아시아계로서는 처음으로 보스턴 시의원에 당선되는 등 최근 2세 한인들의 정치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성공적으로 주류 정치권 진입에 성공한 그에게 한인 정치 지망생에 대한 충고를 부탁했다.
“우선 좋은 친구와 멘터(스승)를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공부를 많이 하고 게임의 규칙을 배워야 합니다. 가다 보면 지뢰가 도처에 있습니다. 또 중간에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저를 보세요. 한인 인구 비율이 불과 2%에 지나지 않는 곳에서도 해내지 않았습니까.”
올해 34세로 미혼인 그에게 “선거 당일 어머니를 만났을 때 최 시장 결혼 문제로 걱정이 많더라. 결혼 계획은 없느냐”고 물었다. 얼굴을 약간 붉히며 그가 답했다.
“‘미래 아내’를 만나기 위해서는 데이트를 많이 해야 하는데 요즘 시간이 없어서….”
에디슨=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준 최 시장 당선자는
△1971년 서울 출생
△1973년 부모를 따라 미국 이민
△1995년 매사추세츠공대(MIT) 항공우주공학 학사
△1999년 컬럼비아대 공공정책 및 행정학 석사
△2000년 빌 브래들리 전 미 상원의원의 민주당 후보경선 캠프 합류
△2002년 뉴저지 주 학생성취도 측정 기획단 주무국장
△2005년 뉴저지 주 에디슨 시장 당선
■에디슨市는 어떤 곳?
에디슨 시는 인구가 10만 명으로 뉴저지 주에서 5번째로 큰 도시. 인종 구성은 백인이 60%, 아시아계가 30%를 차지한다. 한인 인구는 2% 미만.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 비중으로는 백인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다수다. 아시아계 중에는 인도계, 중국계가 많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살았고 1954년 주민투표를 거쳐 타운 이름을 래리턴타운십에서 에디슨으로 바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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