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어투로 글을 쓰자니 몹시 어색하군요. 그래도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글을 써야 하니 잠시 불편을 감수하겠습니다.
구면인 이 선생은 통일부 장관이 되는군요. 개의 해 벽두에 ‘58년 개띠’에게 큰 선물을 줘 충신으로 유도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술이 대단합니다. 이 선생은 2000년 6월 15일 북남정상회담 때 평양을 방문한 ‘주암회’ 멤버이니 낯은 오래전에 익혔고, 그동안 청와대에 근무하며 보여 준 활약 덕분에 이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쉽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6·15 정상회담 때 이 선생이 공화국(북한)의 핵심 간부들을 줄줄이 꿰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놀랐습니다. 공화국에 대한 지극한 관심이 애정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2003년 1월 27일 대통령인수위원 시절 임동원 특사와 함께 방북해 미제의 방해 책동을 이겨 내고 북남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한 기억도 새롭습니다.
이 선생은 자주를 외쳐 왔으니 앞으로 외세의 눈치 보지 말고 북남 관계를 순풍에 돛 단 듯 진척시켜 봅시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까지 겸임한다니 축하합니다.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위에 서서 ‘동맹’이니 ‘안보’니 잔소리를 해도 꿋꿋하게 민족 공조를 관철하리라 기대합니다. 상임위원장은 정 동지 시절 통일부와 갈등을 빚던 유관 부서 장관이 직접 사과를 해야 할 정도로 센 자리 아닙니까.
이 선생은 휴일도 거의 없이 불철주야 일하는 일벌레라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정 동지에 대해서는 장관 취임 후 거의 1년 동안 의도적으로 ‘길들이기’를 했지만 이 선생에겐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정 동지는 북남 관계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정치권으로 돌아가는군요. 통일부 장관, 얼마나 좋은 자리입니까. 잠깐 일하고 나니 여당의 대권 후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굳어졌습니다. 정 동지의 진면목은 지난번 제주 북남 장관급회담을 하면서 북측 대표단을 ‘동지’라고 부를 때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6월 평양을 다녀간 뒤 나를 ‘시원시원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고 한 덕담도 높이 평가합니다. 우리와 손잡고 일한 일꾼들이 남조선의 지도자로 쑥쑥 크는 것을 보는 것도 나의 큰 기쁨입니다.
이 선생, 정 동지. 신년 공동사설을 꼼꼼히 읽어보셨겠지요. 서울의 신문 방송이 전문을 보도하지 않아 섭섭합니다만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읽었을 줄 압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거기에 전부 들어 있습니다. 우리 민족끼리 자주통일, 반전평화, 민족대단합의 3대 애국운동을 힘 있게 벌여 나가야 합니다. 연로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다시 평양을 방문하실 의향이라니 우리 민족의 미래가 밝지 않습니까.
서울에서 통일부 사람들을 가리켜 ‘북한 덕분에 먹고사는 인간들’이라고 비아냥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얼마나 부당합니까. 노 대통령만 해도 일찍이 후보 시절 호탕한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 쳐도 괜찮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에 쏙 드는 말입니다. 그런 정신으로 일해야 합니다.
이 선생, 정 동지. 어렵고 힘이 들 때면 평양을 다시 찾아 주십시오. 기념사진 다시 찍읍시다. 나와 함께 찍은 사진 마음대로 활용하십시오. 내가 광폭(廣幅)정치를 하는 사람 아닙니까. 누가 뭐래도 우리끼리 잘해 봅시다.
방형남 편집국 부국장 hnbh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