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는 1776년 출간된 ‘국부론’에서 부의 원천은 노동이며 분업에 의한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부의 증진을 가져오고 이와 함께 자유 경쟁에 의한 자본 축적이 국부 증진의 정도(正道)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국가에서 국민은 극도의 빈곤을 겪고 있었다. 그로부터 2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서구의 많은 국가에서 빈곤이 사라졌다. 이처럼 빈곤 퇴치가 가능하게 한 부의 증진을 가져온 요인은 무엇일까.
금융 분야 애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그의 최근 저작 ‘부의 탄생’에서 근대 세계의 괄목할 만한 경제적 도약을 이끌어낸 문화적 역사적 요인들을 고찰함으로써 부의 원천을 밝히고 있다. 사실 1820년경까지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은 거의 제로였고 모든 국가의 대다수 국민은 빈곤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초부터 세계는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 오고 있다. 번스타인은 이러한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 즉 부의 원천을 다음 네 가지 요인에서 찾고 있다.
첫째, 재산권. 개인의 재산은 국가나 범죄 혹은 독점가들로부터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과학적 합리주의. 경제적 진보는 사상의 발전과 상업화에 달려 있고, 이를 위해서는 수학적 도구와 경험적 관찰에 기초한 합리적 사고가 요구된다. 셋째, 자본시장. 천재들과 발명가들의 생각을 경제적 실제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자본이 필요했고 그 자본은 신뢰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에 의해서만 공급될 수 있었다. 넷째, 통신과 수송. 기업이 재산권과 지적 도구 그리고 충분한 자본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통신과 수송수단을 통해 제품을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전달할 수 없다면 결코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19세기 초의 혁명적 변화는 부의 확고한 성장을 격발시켰다. 확고한 재산권 보호가 장인들에게 혁신을 충동했고, 과학적 합리주의가 그들에게 도구를 제공했으며, 자본시장이 발명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자본을 제공했다. 또한 증기기관과 전신의 발명은 재화의 수송에 필요한 물리적 힘과 빠른 통신을 제공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이 네 가지 요인이 모두 정착되기 전까지는 어떤 나라도 번영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 번스타인의 주장이다. 나아가 번스타인은 종교와 정치체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이 이 네 가지 요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각국의 번영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고찰한 뒤 근대 세계의 경제성장이 야기한 결과들을 조명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가 경험하지 못한 지난 두 세기 동안의 경제발전을 고찰하여 국부의 진정한 원천을 밝히고 있는 이 책은 가히 신국부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부의 원천과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과의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세계화의 격랑 속에서 우리의 당면한 현실과 국가 간의 역학관계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