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현재 이륜차가 다니도록 돼 있는 일반도로의 우측차로가 가장 위험한 도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고속도로에 이륜차가 올라오면 사고가 더욱 빈발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통행을 허용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찬 - 사회적 편견-규제 없애야
7년 전 어느 날 남편이 승용차와 달리 오토바이는 운동이 되고 정신건강에도 좋으니 직접 운전해 보라고 권했다. 자전거를 탈 줄 알았던 필자는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남편이 마련해 준 50cc 작은 스쿠터 핸들을 잡았다. 이렇게 오토바이와 인연을 맺어 이제 1800cc 대형 이륜차를 모는 등 그만 이륜차 애호가가 돼 버렸다.
전국을 여행할 때는 다양한 직업의 동호회원들과 함께했다. 도로를 달릴 때면 항상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대오를 유지하며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불안한 마음을 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승용차를 운전할 때는 눈에 띄지 않았던 ‘이륜차 통행금지’ 표지가 오토바이를 타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서울의 천호대교 입구에서 김포공항까지 올림픽대로를 이용해 자동차로 40∼50분이면 편하게 가는 길을 100여 개가 넘는 신호등과 교차로를 거치면서 2시간에 걸쳐 가야 한다.
우측 차로만 이용하라는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우측으로만 가는데 버스와 택시를 비롯해 무수한 차량과 공사가 진행을 방해했다. 승하차와 주정차, 화물적재, 도로시설 공사 등. 안전한 고속도로를 놔두고 가장 위험한 일반도로, 그것도 가장 위험한 우측 차로만 이용하라고 법으로 정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행복추구권’을 내세워 헌법소원까지 내게 됐다.
이륜차에 대해 일반인들은 많은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다. 필자가 가입한 ‘전국이륜문화개선운동본부’는 이런 편견과 오해를 없애기 위해 ‘이륜차 올바로 알리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단체에 소속돼 활동하면서 알게 된 경찰청의 집계 자료와 외국 전문안전연구기관의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이제는 현명한 선택을 할 때가 됐음을 알리고 싶다.
‘오토바이는 과부 틀’이라는 말도 그중 하나다. 이륜차를 타면 3년 내에 죽거나 크게 다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전국에서 300만 명 이상이 직업적으로 이륜차를 타고 다니지만 3년 내에 죽거나 크게 다친 사람은 4륜차에 비해 오히려 적다. 경찰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는 4.1명으로 세계 최하위권이지만 이륜차는 2.0명으로 선진국 수준이다.
이륜차가 다른 차량의 사고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도 근거가 부족한 얘기다. 대부분의 이륜차 사고는 교통 흐름이 좋은 1차로가 아니라 우측 차로에서 발생하는데 우측 차로는 자동차의 접촉 사고도 가장 많은 곳이다. 이런 교통사고의 주된 원인은 자동차의 승하차나 주정차가 많은 우측 차로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즉 사고를 초래한 원인은 자동차이지 오토바이가 아니다.
치사율이 높다는 얘기도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 반대 근거로 나오곤 한다. 비행기는 사고 발생 시 치사율이 99%로 높지만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치사율만으로 논할 문제가 아니며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을 막으려면 좀 더 정교한 논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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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대한 과다한 규제는 오토바이 산업 발달도 저해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일본이 전 세계 이륜차 시장의 70%를 석권하고 있다.
전국의 대형 이륜차 운전자는 약 3만 명이다. 이들은 이륜차 문화를 바꾸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사실이 아니라 편견에 바탕을 둔 각종 규제로 그들이 노력해 볼 수 있는 환경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서정희 전국이륜문화개선 운동본부 회원
■반 - 사고위험 높아 시기상조
많은 선진국처럼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운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 나름의 논리는 있으나 아직은 시기상조란 생각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교통 환경과 이륜차 운전자의 교통 법규 준수 수준이 외국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는 사람과 화물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운송하기 위해 건설한 장거리 통행용 도로다. 아차 하면 치명적인 사고가 나게 된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로별로 차량의 길이, 폭, 무게 같은 물리적 상한을 정해 놓고 있다. 차종별 통행차로 지정, 최고 최저 속도 제한, 차로이용 지정, 안전띠 착용, 안전거리 설정 등과 같이 운전자에게 규제로 인식되는 갖가지 ‘사회적 약속’도 있다. 도로의 질이나 자동차 성능, 운전자의 능력이 통일돼 있으면 사고 발생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륜차의 고속도로 이용 금지도 이를 고려한 안전 조치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같은 선진국이 고속도로에서 이륜차 운행을 허용하는 이유는 소통이 원활한 도로교통 환경과 우수한 운전자 의식 수준 덕분이다. 심지어 호주에는 고속도로 갓길 옆에 자전거도로를 개설한 구간도 있다. 이들 나라의 고속도로 중앙차로는 우리와 달리 추월 차량이 이용할 수 있게 항상 비어 있다. 그만큼 운전자들의 준법 운전이 생활화돼 있다.
한국의 경우 이륜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고율은 매우 높다. 1996년 한 해 1082명에 이르던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갖은 노력을 통해 2004년 502명으로 줄였음에도 아직 주요 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실정이다. 전체 도로에서의 사고율도 높아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2003년 15.05명으로 교통안전도가 28위였다.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건수도 최하위권인 29위다.
도로에 성능이 다른 대형차와 소형차가 섞이면 차로 변경이 쉽지 않고 시야가 차단돼 사고율이 높아진다. 이륜차까지 고속도로를 달릴 경우 안전 측면에서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고속도로에 이륜차 진입을 선별적으로 허용하자는 주장을 되새겨 보자.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되는 125cc 수준의 이륜차는 고속도로를 운행하기에 성능이 충분하지 않다. 전체 이륜차의 1.7% 정도인 250cc 이상만 운행을 허용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는 생계형 운전자들이 자신의 오토바이를 대형으로 바꿀 것이다. 소형 이륜차들이 덩달아 진입하는 것은 또 어떻게 막을 것인가. 유독 소형 이륜차가 많은 대만 중국 필리핀 태국 등에서도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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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과속하는 이륜차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고속도로 교통안전에 기여하는 무인과속단속카메라는 오토바이에는 무용지물이다. 감지 장치에 걸리지도 않고 번호판을 찍기도 어렵다.
고속도로는 우리나라 전체 도로 약 10만 km 중 3000km 정도다. 대부분의 고속도로 옆에는 병행 도로가 있다. 이륜차 운전자들의 준법의식은 높지만 폭주족 등 그렇지 않은 사람도 간혹 눈에 띈다. 대다수 이륜차 운전자가 공공의 약속을 잘 지킨다고 인정될 때 우리 사회는 기꺼이 그들을 고속도로의 동행자로 받아들일 것이다.
강정규 한국도로공사·도로교통기술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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