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민의 바람은 연초부터 무참하게 깨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2일과 4일의 개각에서 민의(民意)는 물론이고 여당의 의견까지 무시하는 독선(獨善)과 오기(傲氣)를 단적으로 드러내면서 정국을 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제 있었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만찬에서도 민생문제에 대한 걱정이나 국가 차원의 난국 타개책 논의는 실종된 채 ‘탈당이네, 결별이네’ 하는 그들만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세금으로 이들의 밥값을 내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반발하는 여당 측을 향해 “차세대 지도자들이 성장하도록 하는 게 뭐가 이상한 일이냐”고 되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차세대까지 갈 것 없이 현세대 지도자들이나 국민 마음을 좀 편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많은 국민의 심정일 것이다. 자신의 소임(所任)부터 제대로 감당하는 것이 지도자의 정도(正道)일 텐데, 연초부터 나라를 분란 속으로 몰아넣기에 바쁘니 ‘쳐다보기도 싫다’는 국민이 늘어만 가는 것이다. 여당 인사의 입에서 “오늘의 치졸한 리더십이 내일의 훌륭한 리더십 출현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열린우리당도 대통령 탓만 할 상황이 아니다. 우선 파행(跛行)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일방적인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발하는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에 국회로 돌아갈 수 있는 명분을 주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나라당도 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국민이 정치에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제1야당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선의(善意)의 경쟁을 통해 민심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당신들만의 정치놀음’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세계는 무한경쟁 속에서 급변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를 외면할 것인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