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與초선들 “어디로 가오리까”

  • 입력 2006년 1월 13일 03시 02분


“한마디로 환장하겠다. 솔직히 요새 같으면 국회의원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최근 여권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144명 가운데 초선 의원은 101명. 그뿐만 아니라 요즘 열린우리당의 초선 의원들은 대다수가 폭풍우 속에 홀로 표류하는 난파선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 초선 의원의 설명은 이랬다.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 지지율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국회의원 4년 임기의 반환점에 치러지는 사실상의 재선(再選) 예비시험이지만 당 지지율이 나아질 가능성도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비판하는 초재선 의원 모임에도 끼어 볼까 했지만 2004년 총선 당시 ‘탄핵 바람’이 불면서 여의도에 입성한 처지란 점에서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11일 밤 노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탈당 발언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등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흘렀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각을 세우자니 아버지를 배신하는 불효자가 될 것 같고, 대통령이 당을 떠나면 버림받는 자식 처지가 될까 두렵다고 했다. 도대체 혼자서는 상황을 가늠할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당내의 이 모임, 저 모임을 기웃거리는 방랑객 같은 처지라고 말할 때에는 짙은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초선 의원은 “동료들을 만나면 ‘각자 살 길은 각자 알아서 해야지’란 얘기를 한다”면서도 대부분이 ‘관용여권 활용파’이거나 ‘실속파’ 중 하나라고 전했다.

관용여권 활용파란 ‘머리나 식히겠다’며 아예 외국에 나가 버리는 것. 현재 외국에 나가 있는 의원이 50명이 넘는다. 실속파는 정치 상황이 어찌됐건 지역구 활동에만 전력투구하는 의원들을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2년 전 정치 입문을 꿈꿀 때에는 새 정치와 정치개혁을 외쳤지만 요즘은 어느 계파에 의탁하는 것이 좋을지 손익계산에 골몰하고 있다”며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란 내 신분이 요즘처럼 부끄러울 때가 없다”고 했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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