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욕하지 말고, 자신을 비하하지 말고, 어려운 때일수록 배우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본문 중에서》
프로페셔널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도쿄의 루이비통’이라고 불리는 이 책의 저자인 오카노 마사유키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김치 한 점 곁들인 사발막걸리처럼 걸쭉하고 구수한 입담으로 자신이 이뤄 온 일과 인생을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그는 뚝심으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초일류 미니기업을 이뤄 냈다. 직원 6명의 동네 ‘철공소’ 사장님이 소니, 마쓰시타, 미국항공우주국(NASA), 미국 국방부에 큰소리치는 모습은 은근히 통쾌하다. 흐르는 코피를 닦아 내며 일하는 모습에선 우리네 선배들의 무용담이 떠오른다. 몇 번을 읽어도 흥겹고 힘이 난다.
그러나 장인(匠人)의 인생철학이 담긴 이 책에서 나를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피땀 흘려 해내는 사람.’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이 구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프로페셔널’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또렷하게 밝혀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를 돌아보는 지금은 그 말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빨리빨리, 많이많이”를 외치며 원칙과 기본을 쉽게 내팽개치는 아마추어 같은 우리의 모습 때문이다.
뿌린 만큼 거두는 법인데, 빠른 것이 왕도인 시대 탓인지, 요즘 사람들은 들인 시간과 공에 비해 너무 빨리, 큰 성과를 기대한다. 성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지나치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 사이에는 ‘내가 뭘 하나, 이래 봐야 나만 손해’라는 피해의식이 옷 적시는 가랑비처럼 번져 간다.
저자도 ‘정도’를 걷다가 ‘손해’를 많이 본 모양이다. 매일 코피가 터지도록 일해도 1년 수입이 35만 원뿐이던 해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정성을 다해 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온다’는 그의 메시지는 묵묵히 제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찬사로 읽힌다. 물론 많은 사람은 되물을 것이다. 그냥 듣기 좋은 말 아니냐, 정말 기회가 오겠느냐….
하지만 10∼20년 전과 비교하면 세상은 무섭게 똑똑해졌다. 숨을 곳 천지인 것 같아도 사술을 부리는 자의 입지는 의외로 좁아졌다. 진국인 사람들이 점점 더 환영받는다. 그렇다. 알게 모르게 세상은 변했는데, 팍팍한 생활에 바쁜 우리가 ‘좋은 변화’를 못 본 것이다.
그래서 프로페셔널은 담담하다. 뿌린 만큼 돌아올 것을 알고 기다릴 뿐이다. 그들은 변명하지 않는다. 실패에 대한 평가가 두렵고, 자존심 상해서 ‘편법’이나 ‘분식회계’의 유혹에 넘어가는 법이 없다. 기본과 원칙이 곧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장의 성적이나 직위가 프로페셔널의 징표가 아니라고 말한다. 당당한 사람, 나와 세상을 믿는 사람, 열심히 배우는 사람이 바로 프로페셔널이라고 말한다. 제대로 살아온 ‘고수’가 몸으로 보여 준 원칙이니 나 또한 믿어 보려 한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장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