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정책은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정되고 집행되는 것일까? 과연 그 과정에서 이른바 정책 당국자들은 모든 면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으며,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진정 깊이 고뇌하고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가졌을 법한 의문이다.
기록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진실이 시간에 묻히기 마련이라고 자조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은 어느 정도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E H 카는 역사를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한다. 이제 역사가 되어 버린 지난 30여 년간 한국 경제정책의 현장에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끝없는 성취와 기대에 따른 영광과 환희뿐 아니라, 끝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편입될 수밖에 없었던 좌절과 시련에 따른 회한과 오욕도 함께 있었다. 1970년 공직을 시작해 1997년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치기까지 이 모든 격랑의 과정을 직접 부닥쳐 헤쳐 나가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지내 온 저자가 시대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자세로 현재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부가가치세제 도입이라는 기념비적 업적에서부터 외환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우리 경제의 현대사를 다큐멘터리처럼 편집하여 우리 앞에 펼쳐 놓은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를 6·25전쟁 이래 최대 국난으로 규정한 당시 정부가 환란에 대한 아무런 백서를 남기지 않았고 오로지 정치적 단죄 앞에 진실이 묻혀 버리게 된 사실을 저자는 아쉬워한다. 숨길 것도 없고 과장할 필요도 없이 오로지 분명한 사실과 직접 경험에만 근거하여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고 기록함으로써 앞으로 후세에 또 하나의 가치 있는 역사적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이코노미스트로서 저자의 양심이 엿보이기도 한다. 감내하기 어려운 인간적 치욕을 당하면서도 끝내 사기를 집필한 사마천의 집념과 노력에 저자를 비유한 어느 평자의 지적이 과장된 것만으로는 들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 발전을 위하여 저자는 도그마를 가장 경계한다. 어느 시대나 패러다임은 변하게 되어 있고 그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권위주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정치문화의 창달을 내걸고 출범한 정권들은 예외 없이 그 나름대로의 새로운 도그마를 만들어 낸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욱 강력하고 집요한 형태의 뿌리 깊은 도그마가 새로이 사회를 압도한다. 이제 벌거벗은 임금님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설마 하고 외면하는 어른들의 무책임보다는 이를 본 대로 지적하는 어린이의 외침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임금님을 벌거벗은 채 계속 시내를 활보하게 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가 국가정책을 담당하는 공직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진영욱 신동아화재보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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