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8일 파란 닷컴에 청와대발 뉴스서비스 제공을 시작한 데 이어 16일부터 네이버 다음 파란 등 3개 포털 사이트에 '대통령의 요즘 생각'이란 청와대 블로그를 개설한 것입니다.
청와대가 새로운 정보매체인 인터넷을 통해 대국민 직접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2차대전 중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했던 라디오 방송 '노변담화'처럼 지도자와 국민간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은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청와대의 인터넷 정치가 기존 주류언론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안매체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취임 이후 이른바 주요 언론사와의 회견은 피하면서 인터텟 매체와는 여러 차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주류언론의 일방적인 비판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생각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그대로 반영돼 있습니다. 게시된 비서관과 행정관들의 글을 보면 언론보도를 비판하는 내용과 대통령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 일색입니다. 이는 홍보가 아닌 선전입니다. 열성지지층을 결속시키려는 의도마저 엿보입니다.
그러나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는 제대로 된 상황인식이 불가능합니다. 진단이 잘못됐는데 국정운용이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의 '인터넷 중독'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3,4시간 이상 서핑을 하고 외국여행 중에도 인터넷에 댓글을 올릴 만큼 인터넷에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익명성의 뒤에 숨어 있는 인터넷 여론은 감정적이거나 한쪽으로 쏠리기 쉽습니다. MBC PD수첩의 황우석교수 관련보도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노 대통령 자신이 우려를 표명한 것도 바로 이런 위험성 때문일 것입니다. 더욱이 청와대의 인터넷 정치는 통치역량을 낭비하는 일입니다.
국정운영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결코 주류언론의 일방적 비판 때문이 아니라 객관적인 여론입니다. 이제라도 노 대통령이 인터넷에서 고개를 들어 귀를 열고 열린 마음으로 국정운영에 임해주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청와대의 인터넷 정치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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