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책이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말이 유난히 많은 세상에서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사업가라는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틈틈이 쓴 글들을 묶은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부분을 펴서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메시지는 결코 녹록하지 않다. 진지하게 살아가는 삶의 자세 때문인지 그의 글 속에는 독자로 하여금 숨을 고르고 자신의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1995년 서울 서초동 뒷골목에서 3명으로 시작한 주식회사 안철수연구소. 기업의 존재 의미를 사회에의 기여에서 찾으며 술수와 작전이 난무하는 기업세계에서 정직과 성실로 승부한 그는 삶도 비즈니스도 결국은 긴 호흡과 영혼으로 승부하는 것임을 보여 줬다. 이 책은 저자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의 가닥을 잡아 나갔던 경험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담았다.
첫 페이지를 열면 선택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소개되어 있다. “과거에 아무리 커다란 성공을 하였든 혹은 치명적인 실패를 하였든 간에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이는 저자가 생각하는 자기경영의 원칙이기도 하다.
“선택 앞에서는 과거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일을 선택할 때는 과거를 잊어버리고 항상 현실에 중심을 두고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나 자신도 발전할 수 있고,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여 선택해야 한다. 소신껏 살아가기가 어려워지는 세상에서는 10년 후를 생각하며 살아간다.”
특히 세계화 시대에 치열한 사업 세계를 헤쳐 온 저자는 “직종에 상관없이 이제 나의 경쟁 상대는 옆자리 동료나 우리나라의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아니게 되었다. 나와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나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경쟁자가 되었다. 이제는 세계를 보고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스스로의 역량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 밖에도 급변하는 시대에 전문가와 조직 구성원에게 필요한 자질과 커뮤니케이션의 방법, 업무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한국이 진정 ‘인터넷 강국’인지, 벤처 위기의 해법은 어디에 있는지, 21세기 한국사회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준비,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보내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의 삶과 책 속에서 귀한 것을 여러 가지 구할 수 있지만 이 가운데서 특히 높게 평가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타협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결코 타협하지 않는 원칙 중심의 삶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책은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글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을 읽고, 무엇을 생각하는가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진솔한 삶의 감동과 탄탄한 경험이 배어 있는 책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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