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수난 시대다. 정년퇴직이라는 단어는 옛이야기가 됐다. 기대 수명은 80∼90세를 향해 가는데 40세만 넘어도 퇴직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다. ‘변신’을 꿈꿔 보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퇴근길에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여도 보지만 귀갓길은 허전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두운 쪽이 있으면 밝은 쪽도 있는 법. 파괴된 연공서열 체계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뛰는 직장인도 많다. 끊임없이 쏟아내는 빛나는 기획 아이디어, 유창한 어학실력, 전문가 수준의 컴퓨터 실력…. 그들은 언제 그렇게 공부하고 연구했을까.
무얼 발견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게 숨어 있던 시간이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퇴근 후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 한 달이면 80시간이다. 이런 시간이 나에게도 주어져 있었다는 얘기다.
일본 NHK 출신의 방송인인 저자는 퇴근 후 시간을 단순히 남는 시간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남아도는 한가한 시간’을 어떻게 때우느냐가 아니라 ‘인생을 재구축할 수 있는 시간’으로 전략적으로 사용하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퇴근 후에 선술집이나 TV 앞이 아닌 기꺼이 책상 앞에 앉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생은 영원하고 시간은 무한할 것 같은 착각 속에서, 그렇게 나의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구체적인 자투리 시간 활용법도 소개한다. 그는 1시간이 걸리는 출퇴근 시간에 어학 공부를 했다. 막연히 교재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전철이 서는 역마다 예문을 하나씩 외우겠다는 기준을 정했다. ‘데드라인의 힘’을 아는 사람이다.
해야 할 일을 미리 세분화했다. 15분 단위로 독서, 카세트를 활용하는 어학 공부 같은 작은 일들을 만들어 놓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했다. 야근이나 술 약속 때문에 퇴근 후 3시간씩 공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저자는 스스로 경위서를 쓸 정도로 엄하게 반성하고 다음 날 오전 4시 반에 일어나는 벌칙을 줬다.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이런 풍부한 실천 노하우가 이 책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읽을 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지만 그때뿐인 경우도 있다. 결국 독자의 실천이 중요한 것이다.
또 시간관리 ‘기술’에 매몰되다 보면 정작 ‘길’을 잃어버릴 우려도 있다. 내 인생의 비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 목표가 명확해야 시간관리 기술이 열매를 맺는다.
탄광 기관사의 아들로 태어나 증기기관차를 발명한 조지 스티븐슨은 야간 근무를 할 때 수학과 측량학을 독학했다.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자투리 시간을 제대로 활용한 사람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예병일 ‘예병일의 경제노트’ 플루토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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