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 김재규(金在圭·44) 경정은 18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쑥스럽다”면서 “감사패를 전달한 MS 관계자가 한국의 사이버 수사 능력에 감탄했다고 말할 때는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사이버 범죄 수사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일본 NHK가 지난해 9월 사이버수사대 특집 방송에서 ‘일본에서 3∼5년 뒤에 일어날 일이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 선두에 사이버수사대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외국 경찰관들이 한국 경찰의 사이버 수사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자주 방문합니다.”
김 대장은 2000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창설을 주도했다. 정보화시대에 맞춰 급증할 사이버범죄에 대응할 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쓸데없는 일을 벌인다”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0명으로 출발한 수사대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으며 사이버 수사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 인원이 30명으로 늘었다.
사이버 범죄는 2001년 3만3325건에서 지난해 8만8731건으로 4년간 166%나 증가했다. 사이버 범죄와 일반 범죄를 구분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범죄를 모의하거나 정보를 교환한 뒤 오프라인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 사건을 수사할 때도 사이버 수사를 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김 대장은 “검찰이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수사하면서 제일 먼저 e메일 5만 통을 확보했다”며 수사에서 디지털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이버공간에서는 24시간 국경선을 넘나들며 범죄가 발생하고 있어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범죄가 국제화되고 있어 외국 수사기관과의 공조도 필수적입니다. 인터넷 환경이 무선으로 바뀌고 있어 추적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큰 도전입니다.”
사이버범죄수사대가 다루는 사건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때가 많다. 지난해 4월 휴대전화와 e메일로 무차별 음란광고를 보낸 ‘060 회선’ 임대업자 적발, 6월 국내 최초 인터넷 뱅킹 해킹 일당 검거, 12월 대입 원서접수 대행사이트 업무방해 내사 등 한 해 내내 신종 사건들과 씨름했다.
사이버 범죄 수사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화도 적지 않다.
“살인 용의자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용의자를 붙잡고 보니 인상착의가 달랐습니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이버 머니를 훔치려던 사람이 하필 우리가 쫓던 용의자의 정보로 접속했던 거죠.”
청소년들은 사이버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6월 연예인 합성 누드사진을 유포한 사건을 수사하다 초등학생이 적발됐습니다. 부모들은 ‘그럴 리 없다’고 난리가 났죠. 정작 당사자는 ‘이런 그림을 미니홈피에 올려야 방문객이 늘어난다’고 태연하게 말해 수사관들이 황당해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일반인이 사이버 범죄의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대장은 “몇 가지만 신경 써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개인정보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무 사이트나 접속하지 말고 지명도와 신뢰도를 잘 판단해 사이트에 가입해야 합니다. 온라인상에서 모르는 사람과 돈이나 아이템을 거래하거나 개인번호를 노출하면 안 됩니다. 미심쩍은 메일은 절대 열지 말고 바로 지워야 합니다.”
김 대장은 “세대 간에 정보 격차가 큰 것도 문제”라며 “자녀들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부모들은 자전거를 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자녀들이 사이버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부모들이 인터넷 활용지식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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