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언론 중재법에는 ‘언론사에 고의, 과실, 혹은 위법성이 없더라도, 정정 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여기에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서, 서울 중앙 지법이 헌법 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제청한 것입니다.
법원은 이 법이 언론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언론 기능을 위축시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헌법상의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습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언론 중재법이라는 악법의 핵심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는 이 법이 ‘개혁 입법’이라고 밀어붙였지만, 이 법은 결코 개혁적인 법이 아닙니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언론이 하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이런 법이나 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선진국 어디에도 없습니다.
위헌 소지는 이 법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법과 함께 만들어진 신문 법은 이미 동아일보가 지난해 2월에 헌법 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제청한 악법입니다.
신문 법에는 정기 간행물과 인터넷 신문의 편집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정부가 이 법을 통해서 언론을 규제할 수 있다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입니다.
위헌 소지가 있는 신문법과 언론 중재법은 당연히 폐기돼야 합니다.
이는 신문 업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신문은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이 뽑은 정치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국민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나, 감시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일은 곧,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는 중대한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이 잘못됐다, 이렇게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면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보다 언론의 자유가 더 중요하게 간주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신문 악법에는 싫은 소리 듣지 않고, 정권 마음대로 하겠다는 현 정권의 의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언론 자유가 없는 시대를 이미 겪었습니다.
다시 암울한 독재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헌법 재판소는 신문법과 언론 중재법의 위헌성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야 할 것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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