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칼럼]모차르트와 FIFA월드컵 축구

  • 입력 2006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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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27일은 1756년에 세상에 나온 모차르트의 탄생 250돌이 되는 날이다. 올해 2006년은 또한 4년 전 우리 모두가 짜릿한 감동을 체험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대회가 독일에서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차르트와 월드컵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2002 한일 공동 개최를 통해 월드컵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모차르트를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차르트가 음악인과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엄청난 의미를 갖는 것처럼,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월드컵도 축구인과 일부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나는 그 모차르트와 월드컵을 한국에 ‘유치’하는 데 작은 기여나마 한 것을 내 생애의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먼저 모차르트. 지금부터 꼭 40년 전인 1966년 가을 나는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가 제작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서울에 초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뤼프케 독일 대통령의 방한을 준비하던 독일 외교부와 교섭해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까지 총 130명이 공연하는 오페라 무대를 송두리째 불러오는 데 단 한 푼의 외화도 지불하지 않게 된 협상 결과를 나는 못내 자랑으로 여겼다. 공연 준비가 끝나갈 무렵 아무래도 프로그램 책자에 당시 베를린 시장인 빌리 브란트의 인사말을 싣는 게 좋겠다 싶어 부탁해 봤다. 브란트 시장의 인사말은 바로 다음 날 전보로 왔다.

“음악의 언어는 이 세상 어디서나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이 음악의 언어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이해의 문을 열어 줍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우리가 체험하는 것은 표현의 완벽입니다. 베를린의 도이치 오페라가 여러분께 그걸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

물론 모차르트의 음악은 이전에도 숱하게 국내에서 연주된 바 있었고 그에 못지않게 많은 음반이 이미 보급돼 있었다. 그렇기에 도이치 오페라의 피가로도 금세 한국 청중에게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떠나는 날 지휘자 홀라이저가 한 인사말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우리들의 모차르트는 이제 당신들의 모차르트입니다.”

그렇다.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유럽의 모차르트는 이제 스스럼없이 우리들의 모차르트라고 말해서 토를 달 사람은 없다. 내가 유치위원회 집행위원으로 도왔던 월드컵 2002 대회 이후 유럽의, 남미의 월드컵이 우리들의 월드컵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모차르트의 음악 팬에 인종이나 국경의 경계선은 없다. 마치 월드컵 축구의 팬과 같이. 그뿐만 아니라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데엔 남녀노소의 경계도 없다. 축구를 좋아하는 데에 성별, 연령별 구별이 없는 것처럼.

1991년 모차르트의 사망 200주기엔 ‘35세에 요절한 신동’의 ‘가장 나이 많은 팬’이 그를 위해 쓴 글을 나는 봤다. 93세로 타계한 유대인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미완의 저서 ‘천재의 사회학’. 한편 2002 월드컵 때엔 이 세상의 어떤 남성보다도 더 축구와 ‘열애’하는 여성을 나는 봤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모차르트 음악의 이른바 ‘단순성’은, 그렇다고 해서 소박한 단순함은 아니다. 그것은 고도로 세련된 단순함, 그렇기에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모차르트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토로하고 있다. 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는 “모차르트의 소나타란 아마추어에겐 쉽고 음악 전문가에겐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모두가 축구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말은 아닐까.

모차르트와 월드컵은 올해 우리들에겐 또 하나의 큰 효능을 선물해 줄 것 같다. 지난해부터 자폐적인 우리 국민이 집단적으로 감염된 ‘대통령 중독증’, ‘줄기세포 중독증’에서 해방시켜 주는 효능을….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는 인종, 국경을 초월해서 훨씬 넓은 세계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최 시인은 “월드컵을 통해 나는 비로소 내가 인류에게 속해 있음을 실감했다”고 적고 있다.

최정호 객원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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