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길잡이 20선]<11>창가의 토토

  • 입력 2006년 2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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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에 학원 학생들은 한번도 학교에서 ‘예의바르게 한 줄로 서서 걸을 것!’이라든지,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따위의 주의사항을 배운 적이 없다. 다만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나 약한 사람을 밀쳐 내거나 난폭하게 행동하는 것은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삼가는 습관이 어느 틈에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본문 중에서》

초등학교 1학년 토토가 다니는 도모에 학원은 ‘남다른’ 아이들이 모인 곳이다.

소아마비로 절뚝거리는 다리에 달라붙은 손가락을 가진 야스하키, 성장을 멈춰버려서 키도 팔다리도 짤막한 다카하시,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책상을 여닫는가 하면 지나가는 악사를 부르기 위해 수업시간에도 계속 창가에 서 있는 토토….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열외’가 된, 주류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이다.

토토는 1학년이지만 벌써 퇴학당한 경험이 있다. 문제아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토가 새로 들어간 도모에 학원은 정말이지 다른 학교였다. 수업은 자기가 하고 싶은 과목부터 하면 되고 점심을 먹은 뒤엔 산책을 나가는 학교. 화장실에 빠뜨린 지갑을 찾기 위해 정화조를 열고 분뇨를 퍼내는 토토를 본 교장선생님이 “끝나면 원래대로 해놓아라” 한마디만 던질 뿐 그냥 지나가는 학교. 이곳에서 토토는 자신이 문제아가 아니라 ‘사실은 착한 아이’라는 자신감을 얻고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자아를 마음껏 발현시키게 된다.

‘창가의 토토’는 일본의 인기 방송인이자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대사인 구로야나기 테쓰코의 성장기다. 1937년 문을 연 도모에 학원은 실제 존재했던, 요즘으로 치면 열린 교육을 실천하는 대안학교다. 전쟁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당시 일본에 이런 학교가 존재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곳의 교육은 개방적이고 진취적이었다. 여기서 배운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남을 돌볼 줄 아는 ‘자유인’으로 성장했음은 저자를 보아도 알 수가 있다.

학교의 교육방침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토토의 어머니다. 토토의 변화 가능성을 믿고 기다리는 인내심은 부모로서 얼마나 견지하기 힘든 덕목인가. 어머니는 토토가 상처받을까봐 퇴학당했다는 말을 아꼈다가 어른이 된 다음에야 해 준다. 정화조 공사를 하느라 뚜껑 대신 신문지를 덮어놓은 줄도 모르고 그저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신문지 위에 뛰어든 토토에게 “뛰어들기 전에 살펴보라”고 짤막하게 충고할 뿐이다.

말썽꾸러기 토토는 어느새 도모에 학원 선생님이 될 꿈을 꾸는 의젓한 소녀로 변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그 꿈 대신 쓴 것이 바로 이 책이다. 31개국 언어로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된 책의 수익금으로 저자는 농아들을 위한 연극 재단을 세웠다.

그러나 전쟁의 광기 속에서 열린 교육을 실천한 도모에 학원은 전쟁을 피해가지 못했다. 공습으로 학교가 불타버린 것이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매년 11월 3일이면 만난다. 11월 3일은 잊지 못할 운동회가 열린 날이다. 남보다 키도 팔다리도 짤막한 다카하시가 일등상을 휩쓸었던 것.

“아이들을 교사의 계획에 맞추지 말라. 교사의 계획보다 아이들의 꿈이 훨씬 크다.”

도모에 학원 선생님의 말씀은 이렇게 바꿔 봐도 좋을 것 같다.

“아이를 부모의 계획에 맞추지 말라. 부모의 계획보다 아이의 꿈이 훨씬 크다.”

박은봉 역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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