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을 위한 책 20선]<19>사랑의 모든 것

  • 입력 2006년 3월 1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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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가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임을 기억했다면, 그 뜻을 폄훼하고 가치를 떨어뜨리는 식으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면 자연히 솔직하게 애정, 보살핌, 책임, 존경, 헌신, 믿음을 표현하게 된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불현듯 우연을 가장한 필연에 의해, 그 또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기운 때문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랑에 ‘빠졌다’고 행복해한다. 기꺼이 수렁으로 들어가 허우적거린다. 그러다가 돌연 그 상태에서 빠져나와 비늘이 벗겨진 말간 눈으로 사랑은 ‘끝났다’고 말해 버린다.

자신이 빠졌던 그 사랑의 관계에서 그 또는 그녀가 원하는 사랑을 주고받았는지, 사랑의 미명을 뒤집어쓴 소유욕, 구속과 집착의 다른 이름은 아니었는지에 대해선 깊이 천착하지 않는다. 종국엔 ‘역시 사랑은 없다’고 도도하게 내뱉은 뒤 열정적인 사랑이나 진실한 사랑에 대해 냉소로 일관한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이 ‘사랑이 없는 상태’의 편안함을 주장하지만 어느 누구도 가슴 깊숙이 숨겨 놓은 진실한 사랑에 대한 갈망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이자 저명 페미니스트인 저자 벨 훅스는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위해 자신을 확대하려는 의지”라고 거듭 정의한다. 고색창연하고 고루한 해답에 사람들이 지레 질려 하품을 할까 두려운 듯 훅스는 개인적인 태생의 기억과 가정 경험, 파트너와의 만남과 헤어짐의 지점까지 거슬러 간다.

왜 우리는 모두 손발 내려놓고 사랑을 기다리거나 아예 부재하는 상태를 편안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그녀처럼 약간의 학대와 체벌, 방임, 냉소, 유기를 행하는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장 친밀한 일차 조직인 가정에서의 사랑의 부재 혹은 왜곡의 경험을 상처로 간직한 우리는 좀 더 자라 세상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저 사랑해 주지만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낮은 자부심과 깊은 열등감으로 뭉친 개개인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니 마음을 닫은 개개인이 만나 나눌 수 있는 사랑은 배타적이거나 권위적이거나 유아적이므로 서툴 수밖에 없다. 환상을 꿈꾸거나 한쪽 파트너의 균형추가 어긋난 사랑을 견디는 것만 남아 있을 뿐이다. 훅스의 사랑에 대한 정의가 빛나는 대목은 바로 여기다. 그녀는 “자기애를 자기중심적인 것이나 이기적인 것과 동일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자기애는 우리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면, 우리가 늘 누군가에게서 받고 싶어 했을지도 모를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기회를 우리 자신에게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은 느낌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 무의식적으로 빠지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라고 거듭 말하는 그녀 말마따나 사랑을 하기로 선택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권혁란 전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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