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마그누스 효과’가 나타나는 운동이란 점이다. 마그누스 효과란 원통형이나 구형의 물체가 유체 속에서 회전할 때 속도에 수직한 방향의 힘을 받아 물체가 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1853년 이 현상을 처음 실험적으로 조사한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하인리히 구스타프 마그누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투수가 던지는 커브가 그런 것이고, 일명 ‘바나나킥’으로 불리는 축구의 공차기가 바로 마구누스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지금 한창인 야구 재미를 만끽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세계인이 열광하는 월드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공인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인구인 ‘피버노바’는 정오각형 12개, 정육각형 20개로 이루어진 아르키메데스 다면체, 즉 32면체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독일 월드컵의 공인구인 ‘팀가이스트’는 색다른 짜깁기로 원형에 더 가까운 구조로 바뀌었다.
팀가이스트는 기존의 32개 조각이 아니라 14개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3개의 조각이 만나는 지점이 60곳에서 24곳으로 60%나 줄었다. 또 조각끼리 맞닿는 선의 길이는 40.05cm에서 33.93cm로 15% 이상 감소했다. 이음매 부분이 줄어든 팀가이스트는 외부 충격에 대한 반응이 더 일정해진다. 선수들의 슈팅 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또 원형에 더 가까워짐으로써 축구공을 몰고 가는 과정에서 선수들은 공을 더욱더 정교하게 통제할 수 있다.
아울러 방수 능력이 개선돼 비가 올 때나 습한 기온에서 공을 찰 때 나타날 수 있는 운동 변화의 가능성이 줄었다. 젖은 공은 반동력이 줄어들고 천천히 날아가기 마련이다.
공의 구조가 이렇게 바뀌게 되면 경기 중에 나타나는 공의 운동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축구공의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체의 운동과 관련된 초보적인 물리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공은 특정 속도 이상의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공 주변에 소용돌이 등 난류(亂流)가 형성된다. 공을 찬 직후 생기는 현상이다. 이렇게 난류가 형성될 때에는 마찰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작용해 공의 회전에 따른 영향이 적고 멀리까지 날아간다.
그러나 속도가 떨어지면 공기 흐름이 안정적이고 얇은 층을 이루는 층류(層流)의 지배를 받는다. 이때는 마찰력이 커진다. 또 공에 회전을 가하면 마그누스 효과로 공이 휘어지게 된다.
즉 스핀을 넣어서 세게 찰 경우 처음에는 난류 영역에서 직선으로 날아가다가 특정 속도 아래로 떨어지면 공 주변에 층류가 형성되면서 공이 급격하게 휘게 되는 것이다.
습도가 낮은 맑은 날일수록, 공의 크기가 작을수록, 공의 표면을 골프공처럼 울퉁불퉁하게 만들수록 낮은 속도에서도 난류가 형성된다. 맑은 날 축구공의 경우 약 시속 110km 이상의 속도에서 난류가 형성되며, 그 이하에서는 층류가 지배적이게 된다. 난류 영역에 있는 공은 상대적으로 멀리 갈 수는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즉 공의 운동에 불규칙성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 정확한 원형 구조인 팀가이스트는 이런 예측 불가능성을 최소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정확도가 높아져 선수들의 볼 컨트롤 능력이 좋아질 것이다.
날씨의 변화나 요동치는 유체역학적 변화를 최소화한 공으로 펼쳐지는 이번 월드컵에선 아주 잘 짜인 멋진 플레이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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