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무진장’(전북 무주 진안 장수군) 산골에서도 산막이라 불리는 마을이다. 우리 마을에도 지난해 여름, 인터넷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인터넷이 있으면 좀 더 편리하겠지 정도로 생각했다. 그 전엔 원고 하나 보내려고 해도 면 소재지까지 차를 타고 나가야 했으니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인터넷은 편리함을 뛰어넘어 새로운 삶을 우리에게 가져다주고 있다. 우리 동네 자연을 그날그날 인터넷에 올려 전국에 있는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겠다 싶어 홈페이지를 열었다. 그러다 보니 날마다 자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논밭에서 일하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잠깐 짬을 내 산길을 거닐 때도 있다. 뭐든 날마다 꾸준히 하는 덕을 본다. 양지꽃이 피면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고, 자연의 기운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엿볼 수 있다. 더 열심히 농사하게 되고, 자연에 한발 다가서려 노력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 삶도 많이 바뀌었다. 열아홉 살 큰애는 인터넷이 연결되자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친구가 전국에 쫙’ 깔렸단다. 외진 산골이다 보니 사귐이 한정될 수 있는데, 인터넷 덕에 폭이 넓어지고 있다. 열두 살 작은애는 한동안 게임에 빠져 지내더니 인터넷으로 조금씩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며칠 전에는 무주 골프장 도시를 반대하는 규탄대회에 다녀와 그 현장 사진을 자기 플래닛에 올렸는데 사진 설명이 간결하면서도 힘 있다. 10년 전 우리가 산골로 내려올 때가 떠오른다. 도시라는 세계에서 동떨어진 어딘가로 가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당시 산골은 현대문명의 혜택이 닿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인터넷이 연결되니 산골은 그렇게 동떨어진 곳이 아니다. 산골에서도 이 세상 한가운데를 살 수 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귀농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여는 귀농학교에 갔더니 수강생 가운데 ‘농촌에서 자기 전문성을 살려 직장을 가지고 살고 싶은’ 분들이 있었다. 이제는 귀농을 한다고 지금까지 하던 일을 다 버리고 농사일을 배워 그걸로 생계를 삼지 않고도 살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자연에서 살면서도 해낼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 아이들 말이 이제 도시의 좋은 점은 좋은 점대로, 산골의 좋은 점은 좋은 점대로 양다리를 걸칠 수 있게 되었단다. 물론 아직도 농촌은 외지고 문화 혜택이 적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가 사라져 옆 마을 청년회 회장님이 올해 환갑이란다. 하지만 마당 있는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텃밭을 가꾸고 새소리 들으며 자기 일을 할 수 있다면…. 산골 마을에도 젊은이가 들어와 살 수 있으리라.
장영란 농부·자연칼럼니스트
※장영란 씨는 전북 무주군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들녘)을 썼고,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운 이야기를 담은 책자 ‘자연의 아이들’(가제)을 준비하고 있다. www.nat-cal.net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