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정순갑]날씨 콕 찍어서 예보합니다

  • 입력 200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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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변덕이 심한 봄이다. 한반도를 지배하는 거대한 공기덩어리(기단)가 교체되는 시기여서 다른 계절보다 변화가 더 심하다. 개나리가 피었지만 일부 지역에서 눈까지 내린 며칠 전 날씨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를 정확하게 예보하는 것은 가능할까. 세계 기상학계는 과학과 기술을 총동원해 이런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디지털 예보’는 이러한 노력의 한 결과다. 기존 예보와 달리 시간대별로 읍면동 지역별 예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기예보가 “내일 서울 양천구 목2동에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5mm의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식이다.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런 예보 방식을 우리도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한다.

이런 시도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날씨예측기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기과학 분야 중 ‘수치예보’라는 분야다. 간단하게 말하면 유체역학방정식을 이용해 현재 대기 상태(온도, 습도, 기압)에 대한 정보를 입력해 가까운 미래의 대기 상태를 계산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반도 상공뿐만 아니라 지구 대기 전체를 격자 모양으로 나눠 지점별로 여러 기상변수를 초나 분 단위로 계산한다. 이런 복잡한 계산식으로 구성된 방대한 프로그램을 ‘수치예보 모델’이라고 부른다.

19세기 노르웨이의 기상학자 빌헬름 비에르크네스가 이런 수치예보의 원리를 처음 제시했을 때만 해도 오늘날 수준으로 발전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처음 수치예보를 시도한 영국 수학자 루이스 리처드슨은 모든 계산을 자신과 제자의 손으로 직접 하는 수준이었다. 컴퓨터가 발전할수록 점점 더 작은 격자 간격으로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이 있다고 예보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체역학방정식을 비롯한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수학방정식들은 모두 편미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편미분 방정식의 해법을 완벽하게 구하는 법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근사값을 구할 뿐이다. 또 연속성을 가진 공기의 특성을 격자점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한다. 이런 연유로 예보 시간이 멀어질수록 정확도는 떨어지는 것이다.

세계의 대기과학자들은 이를 극복하는 방법도 고안했다. 초기 대기 상태에 이미 잠재적인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초기 상태를 오차범위 내에서 여러 개를 만든 뒤 각각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예보를 생산하는 ‘앙상블 예보’가 그것이다.

이 방식은 단일 예보보다 예측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수치 예보의 나아갈 방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계산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성능 좋은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9개 국가(한국 포함)만이 실제 일기예보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수치예보는 비록 선진국에 비해 30년 이상 늦은 1985년에 시작되었지만 짧은 기간에 많은 발전을 했다. 우리 기상청의 전(全) 지구 규모의 날씨를 예측하는 ‘전 지구 수치예보모델’은 격자 간격이 약 30km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조밀한 수치예보모델이다.

올해 하반기에 제공할 디지털 예보에는 한반도 부근을 가로세로 5km 단위의 격자로 나눈 수치예보 모델이 사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기온과 강수량, 바람 등을 48시간까지 예측할 예정이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대기의 흐름을 극히 제한된 방정식으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일기예보는 예측하고자 하는 시간까지 끊임없이 ‘보완’된다. 봄날 등산을 할 때 전날 저녁 예보만 듣지 말고 당일 아침 예보도 들어야 하는 이유다.

정순갑 기상청 정책홍보관리관 전 예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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