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논평/이재호]국군포로·납북자 데려오기 성공하려면

  • 입력 2006년 4월 10일 15시 55분


정부는 북한에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1000여명의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데려오는 대신 북에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비롯한 대규모 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21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에 이를 제안한다고 합니다. 이렇게라도 문제를 풀려는 정부의 의지를 평가합니다. 사실 이 방법이 아니면 해결할 길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은 6.25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최근까지도 납북자나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왔습니다. 지난 2월 금강산에서 열린 제7차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납북자의 존재를 시인한 것이 처음입니다.

[3분논평/이재호]'국군포로·납북자 데려오기 성공하려면' 동영상보기

이런 북한을 설득하려면 뭔가 보상을 줘야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 관계자들은 과거 서독도 동독에 있는 정치범을 데려올 때 정치범 1인당 1750만원에서 4200만원까지를 줬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는 정부가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최선을 다했느냐는 것입니다. 납북자 가족들은 물론 관련 단체와 언론은 줄기차게 이들의 송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해 왔습니다.

그 때마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외면해 왔습니다. 오히려 이런 주장을 펴는 단체와 언론을 남북관계의 진전을 방해하는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정부가 이제 와서 돈을 주고 데려오겠다고 합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국민께 부담이 되는 보고를 드리더라도 받아들이실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만 얼마나 많은 국민이 흔쾌히 동의할지 의문입니다.

둘째는 미국의 대북 제재 등을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금융제재’가 상당히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제재’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줄을 차단하자 북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명분이야 어떻든 대규모 대북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이를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평소에도 미국은 중국과 한국이 북한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대북 압박이 효과를 못 내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끝으로, 이 문제가 성사되려면 언론을 비롯한 국민 모두의 이해와 협조가 절대적입니다. 북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데려오려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개되는 순간 일은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결국 남북 간 신뢰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내부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만에 하나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성사는커녕 남남 갈등만 키우고 말 것입니다.

진정으로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데려올 마음이 있다면 우선 국민 모두의 동의와 신뢰를 얻어내는 일이 급선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