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들 가운데도 두 가지 종류의 특징을 모두 가진 것들이 있다. 최근 캐나다에서 발견돼 고생물학자들을 흥분시킨 ‘어류와 양서류의 특징을 모두 지닌 화석’이 그것이다. 3억7000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지층에서 발견돼 ‘틱타알릭 로제’라고 명명된 이 화석은 몸길이 약 2.7m로 몸통이 비늘로 덮인 물고기다.
그러면서 개구리처럼 납작한 머리, 머리 위쪽에 붙은 두 눈, 그리고 목의 구조가 있어 양서류의 특징도 있다. 어류는 보통 머리가 좌우로 좁고 양옆에 눈이 달렸으며 무엇보다 목이 없다. 따라서 틱타알릭은 ‘어류에서 양서류가 진화했다’는 진화론의 가설을 입증하는 증거 역할을 한다.
사실 많은 학자는 3억8500만∼3억6500만 년 전의 지층에서 틱타알릭과 같은 중간단계 생물체의 화석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3억8500만 년 전 지층에서 양서류의 특징을 지닌 어류(유스테놉테론) 화석을, 3억6500만 년 전 지층에서 원시 양서류(아칸토스테가) 화석을 이미 찾아냈기 때문. 따라서 이 두 지층 사이에서 어류와 양서류의 특징을 모두 가진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멸실환·滅失環)’를 찾으려 한 것이다.
잃어버린 고리는 이처럼 진화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종류가 존재했다고 추정되는 데도 화석으로 발견되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잃어버린 고리에 해당하는 틱타알릭 같은 것이 발견되면 그것은 이제 ‘진화의 고리’가 된다.
진화의 고리로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억5000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 지층에서 발견된 시조새. 지구상에 등장했던 최초의 새인 시조새는 새의 특징인 깃털을 가지고 있으면서 파충류의 특징인 긴 꼬리뼈, 날카로운 이빨, 앞 발톱도 있었다. 조류가 파충류(익룡 등)에서 진화했음을 보여 주는 진화의 고리로,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중요한 화석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인류의 기원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은 ‘인류 진화의 고리’도 짜 맞추려 애쓰고 있다. 이들은 인류와 유인원(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은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생각한다. 즉, 유인원과 사람의 중간 형태인 원인(猿人·선행인류)에서 사람에게 더 가까운 원인(原人·초기인류)을 지나 현생 인류로 진화해 왔다는 것. 이들은 이를 입증하는 대부분의 화석들은 찾았다고 보고 있지만 560만∼350만 년 전에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원인-유인원의 공통 조상은 지금도 찾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은 물에서 뭍으로 적응해 가는 진화 방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을 거스르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고래는 육지에서 살다가 바다에 적응한 경우. 앰불로세투스는 네 발로 육상생활을 하던 원시고래와 완전히 수중생활에 적응한 고래류의 중간 단계로 긴 뒷발의 발가락 끝에는 작은 말굽 모양의 물갈퀴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현생 물범과 같이 육지와 바다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생활이 가능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우리나라 곳곳에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지층이 분포되어 있어 많은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 지층 속 어디에선가 화려한 등장을 위해 때를 기다리는 잃어버린 고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전 서울대 교수 dinotim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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