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고객을 직접 찾아가 샴페인과 생일 케이크 등을 전달하려 한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고객이 기회를 안 준다. 일주일쯤 지난 후 그 고객이 급성 충수염(맹장염)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 그럼 보장은?’
이미 종신보험에 들어 있는데 내가 연금보험에 추가로 가입시킨 고객이다. 종신보험 가입 시 질병 치료 항목을 포함시켰는지 궁금했다. 이런! 입원과 수술 특약은 빠져 있단다. 가입할 때 꼼꼼히 챙기지 못한 탓이다.
고등학교 동문 윷놀이대회 때의 일이다. 늘 하던 대로 노트북컴퓨터와 청약서를 챙겨 고향으로 내려갔다. 학교 식당에는 벌써 많은 친구가 윷판을 벌이고 있었다. 인사를 나눈 뒤 직업병처럼 목표를 물색했다. ‘오늘은 어떤 친구를 공략할까?’
언제부터인가 친구들은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보는 듯하다. ‘저 녀석한테 걸리면 죽는다’는 식이다. 그러나 난 절대 친구들을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술값 등으로 쉽게 써 버릴 수 있는 돈을 의미 있는 곳에 옮겨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드디어 대기업 인사과 차장으로 있는 친구를 찍었다.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를 시작으로 슬며시 연금 이야기를 꺼냈다. 연봉이 많은 친구답게 연말정산 때 공제는 가능하냐, 비과세냐 등을 묻는다. 세금이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술 한잔 먹은 그 친구가 호탕하게 “하나 들자”고 한다. 1층 주차장으로 모시고(?) 와서는 차 안에서 노트북을 꺼내 놓고 청약서를 작성했다. ‘햐! 주말에도 한 건 하는구나.’ 중요 사항을 이야기해 주고 서명을 받아 청약을 끝낸다. 기분 좋은 날이다. 서울로 올라오는 발걸음도 가볍다.
그런데 다음 날 저녁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왔다. “친구야, 집에 가서 이야기했더니 와이프가 방방 뜬다. 일단 어제 일 없던 걸로 하고 다음 기회를 보자.” 아내에게 매여 살 게 따로 있지, 노후는 스스로 준비해야지…. 하지만 다음 기회를 보자는 한마디에 위안을 삼는다. ‘좋아, 다음에는 국물도 없어!’
한 20대 처녀 가장은 월납 3만8000원짜리 종신보험을 들었다가 동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바람에 너무 부담이 된다며 곧 해약했다. 서운한 마음보다는 크지 않은 돈이었지만 그 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그에게 부디 아무 일 없기를 기원했다.
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보험이다. 아무 일 없이 무사하면 좋지만 뭔가 손해본 것 같은 허전함도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이 보험이다. 그래서 요즘은 보험에 저축과 재테크 기능이 융합된 ‘변액보험’이 나와 생명보험사를 찾는 고객층이 넓어졌다. 보장도 받고 재테크도 하고 싶은가? 생보사의 문을 두드리면 답이 있다.
나는 고객의 안전한 미래를 지키는 ‘희망 전도사’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한번 가입한 고객은 대개 나의 팬이 된다.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떠들고 다닐 계획이다. 나는 정말 ‘보험맨’이 다 됐나 보다.
유재각 ING생명 FC jg99100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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