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위한 책 20선]<3>CEO칭기스칸

  • 입력 2006년 4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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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내가 살던 땅에서는 시든 나무마다 비린내만 났다. 나는 배운 게 없어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그런 내 귀는 나를 현명하게 가르쳤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있다. 나 자신을 극복하자 나는 칭기스칸이 됐다. ―본문 중에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칭기즈칸은 미스터리다. 소수의 유목민 출신이 변방에서 일어나 중원을 제패하고 나아가 아시아와 유럽,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을 접속시키는 엄청난 위업을 달성했다는 사실은 불가해하다. 이 책은 이 비밀을 분석학적 의미로 추적해 들어간다.

저자는 그것을 칭기즈칸의 꿈, 그리고 몽골족의 꿈이 통합된 시너지 효과라고 분석한다. 이를테면 ‘꿈이 지닌 파괴력’이다. 칭기즈칸의 야만성, 무자비한 침탈을 익히 알아 온 처지에서 본다면 상당히 낭만적인 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일생을 면밀하게 관찰해 온 저자는 칭기즈칸의 역사적 기록 구석구석에서 ‘꿈의 광맥’을 찾아낸다. 저자는 칭기즈칸이 적어도 800년 전에 사이버의 세계가 지평선 너머 저쪽에 있다는 것을 감지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고 단언한다. 더 나아가 그는 일단의 기마 병력을 이끌고 이슬람 세계를 관통하고 서진에 서진을 거듭해 유럽 문명까지 통합했다. 그가 정복한 땅은 777만 km². 알렉산더(348만 km²) 나폴레옹(115만 km²) 히틀러(219만 km²)가 지배한 지역을 다 합쳐도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이 책은 무자비한 정복자의 말발굽을 추적하기보다는 1200년 지구상에 나타난 위대한 CEO라는 관점에서 그의 성공을 탐색하는 내용이어서 흥미롭다. 성공의 여러 요소 가운데 우선 ‘칭기즈칸의 사람들’이 꼽힌다. 그의 주변에는 평생 동지 격인 ‘4준마’ ‘4맹견’이 있었다. 이들은 참모로 혹은 정책 아이디어맨으로, 전투의 지휘관으로 활약했다. 침략자로서 특이한 면모는 두 번째다. 그는 부하들의 개인적 약탈을 금지했다. 피정복자를 봐주어서가 아니라 배분의 공평성 때문이었다. 전쟁 후선까지 배려한 방식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오늘날 스톡옵션의 그림자를 발견해 낸다. 다음으로 속도전 숭배자의 면모. 당시에 가장 빠른 기동력을 지닌 것은 말이었다. 그것은 바로 정보력이기도 했다. 말의 가축화와 기병대야말로 오늘날의 컴퓨터 설치와 누리꾼에 비유할 수 있다. 기병대는 전투의 신속성에서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각지를 왕래하는 교역상들의 정보를 가장 빨리 입수해 전달하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저자는 내친김에 아웃소싱을 놓고 현대 경영학과 그의 타민족 융화책을 연결짓는다. 칭기즈칸은 타민족의 상층부는 때려 부쉈지만 하층의 기조는 그냥 두어 사회가 그대로 돌아가게 했다. 지배자인 몽골족과 피지배자인 페르시아인 사이에는 차별의 벽이 없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그의 성공 요인이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한 공정성에 있었다는 일반적 분석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렇게 지식과 분석의 지평을 넓혀 칭기즈칸의 예뿐 아니라 현존 기업까지 넘나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뽑은 지난 1000년 중 가장 중요한 인물 칭기즈칸. 성공자의 이야기지만 그가 유언처럼 남긴 메시지가 더 인상적이다. ‘내 자손들이 비단 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 내 제국이 망할 것이다.’

손광식 상지컨설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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