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김종대]글로벌시대 무형문화재가 소중한 이유

  • 입력 2006년 4월 19일 03시 01분


문화재는 국보 1호인 서울 숭례문처럼 눈에 보이는 유형문화재도 있지만 눈에 안 보이는 무형문화재도 있다. 무형문화재는 ‘연극 음악 무용 공예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 역사적 예술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것’(문화재보호법)을 말한다. 1호 중요무형문화재는 ‘종묘제례악’이다.

무형문화재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문화의 정신과 정서, 생활풍습 등을 대대로 전해 주는 문화의 보고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법으로 지정해 보존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기술 등 ‘무형 문화’를 터득한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인간문화재는 정식 명칭 아님)를 지정해 보존한다.

중요무형문화재에는 1호인 ‘종묘제례악’을 비롯하여 110개 종목이 지정되어 있다. 이 중 ‘종묘제례악’과 ‘강릉단오제’ ‘판소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록되어 있다. 무형문화재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판단해 반드시 보존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도청으로 추천하며, 다시 문화재청에 지정을 요청한다.

목조건물 등 유형문화재는 전란 등으로 소실되는 등 수난을 당하지만 무형문화재도 과거 탄압의 대상이 돼 수난을 당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미신을 타파한다며 전국의 민속신앙 중 ‘마을 신앙’을 파괴한 바 있었다. 민속학 관점에서는 중국의 문화혁명에 비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 문화재 관리 담당 부서에서는 강릉단오제 등 몇몇 대표적인 ‘마을신앙’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정부 한편에서는 타파의 대상이었지만 문화재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국가의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1970, 80년대 대학생들의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는 탈춤이나 농악 등이 많이 등장했다. 대학생들은 전통문화를 지킨다는 좋은 뜻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무형문화재의 전승에는 도움이 안 됐다. 당시 집권자들은 이와 같은 무형문화재가 반국가적인 의식을 고취한다며 홀대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요즘 일반인들 사이에서 민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무형문화재에 대한 인식도 깊어지고 있는 추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무형문화재의 지정과 관련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사실이다. 기능보유자의 선정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무형문화재의 경우 이런 잡음은 더욱 심각하다. 선정된 사람 때문에 마을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한 종목에 많은 기능인이 있을 경우에도 논란거리가 된다. 무용이 매우 좋은 예이다. 지정된 유파 이외에 다른 유파들은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공예 분야에서는 자수나 목공예처럼 쓰임새가 큰 분야가 있는가 하면 갓 공예와 같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 그런데 모든 분야를 동일하게 지원하는 것은 문제다. 현재 기능보유자의 월 지원액은 100만 원으로 어느 분야나 똑같다. 이 금액으로는 한 달을 살아가기 어렵다. 게다가 비인기 종목은 전수생이 없어 전승 자체가 시급한 문제다.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지정은 종신으로 그 기능인이 사라지면 전승이 단절된다. 이를 위해 전수교육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인기 종목은 전수생이 많고 경쟁도 치열하다. 반면 비인기 종목은 전수생이 없어 ‘멸종’될 위기다.

무형문화재를 활발히 전승하는 것은 우리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중심축이 된다. 동시에 다른 문화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도 가장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다.

요즘처럼 문화가 글로벌화할수록 무형문화재의 중요 특성을 살리고 보존해야 차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김종대 중앙대 교수·민속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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