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언어를 휘황찬란하게 반복하지만 의미는 깊지 못한 글들이 넘치는 요즘,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처럼 소중한 어휘의 매력을 맛보면서 행간의 의미에 침잠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리더십의 구체적 요건을 직접 다루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래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학생, 전문가의 길에 입문하는 젊은이들은 물론 최고경영자 위치에서 불특정 다수를 이끌어 가는 리더들에게 삶의 방향과 경영 방침을 명확히 설정해 준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인 저자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치는 당연히 가격보다 커야 하며, 투자한 비용은 가격보다 크지 않아야 기업이 존속할 수 있다는 생존 부등식을 개인 삶의 방식과 자연의 보편타당한 원리와 비교해 설명한다.
세계 인구의 0.3%밖에 되지 않는 유대인이 노벨상의 주역으로 자리 매김하는 자기지도력(Self-Leadership)은 영적 교육(Spiritual Education)에서 나온다는 현상을 읽으며, 기업과 개인의 본질적인 욕구가 무엇이며 직업의 의미가 어떤 것인가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21세기에 불안해하는 현대인들 또한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잠시 머물다 가는 미물에 지나지 않으니, 늘 겸손과 절제를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하면서 거시적인 안목과 미시적인 태도의 조화를 지키라고 제안한다. 창조력과 개척자 정신으로 무장한 소수의 인재가 과학 문명을 발전시키고, 끊임없는 탐구력과 상상력이 새로운 실험과 기술 개발을 통해 인류의 평안을 이끌어 가지만, 결국 자연의 기본 가치와 성공의 모형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의 빛과 소리를 1∼5%밖에 감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미약함, 우주를 탐사하고 생명의 한계를 뛰어넘는 창조력과 감수성을 동시에 이해하면서 겸허하고 투철한 도전정신, 즉 프런티어 정신으로 21세기를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제안이다.
그렇게 살기 위해 사람은 과욕을 부리지 않음과 동시에 촌음의 게으름을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로마시대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한 지혜와 정의감, 강인함과 절제력을 리더십의 4가지 덕목으로 제시하며 이를 위해 인문 사회 자연 등 다양한 학문에서 풍부한 지식을 습득해야 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와 반성을 거쳐 품위와 교양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저자의 글은 균형 잡힌 리더가 되려면 인문학과 사회과학 모두에 대한 학습과 이해가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단순한 경영 경제 이야기가 아니며, 특별한 성공의 방정식을 제시하지 않지만 개인과 기업, 각계각층의 조직 구성원에게 필요한 조화로운 삶의 원칙이 무엇인가를 보여 준다.
책을 덮으며 히포크라테스의 “훌륭한 의사는 아플 권리가 없다”는 말을 생각해 본다. 지도자는 무식하고 게으를 자유가 없다고 필자가 덧붙인다면 지나칠까?
홍석기 서울디지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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