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는 잘 알려진 대로 중국과 몽골에 있는 사막과 황토 지대의 작은 모래나 흙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국까지 날아와 떨어지는 현상이다. 황사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해도 있지만 보통 3∼5월에 20회 정도 발생해 이 가운데 3, 4회는 한국까지 날아온다.
최근에만 발생하는 현상도 아니다. 삼국시대에 이미 ‘흙가루가 비처럼 떨어진다’는 기록이 있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황사를 우토(雨土)나 토우(土雨)라 적었다. 국제적으로도 아시아의 먼지(Asian dust)로 오래전부터 불리고 있다.
통상 황사가 오면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황사가 더 해롭다. 지름 2.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작은 황사 먼지는 마스크는 물론이고 인간의 호흡기가 가진 천연 여과기능으로도 걸러낼 수 없다. 허파 속의 폐포까지 들어가 혈액과 직접 접촉한다.
황사의 주 성분은 흙을 구성하는 규소나 철, 칼륨 등이다. 최근에는 이들 성분 외에 중국 도시나 공업 지역을 거치면서 납, 망간, 카드뮴,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과 같은 오염물질을 흡착해 오고 있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미세먼지에서도 이런 오염물질은 많이 발견된다. 이들 물질은 폐포를 통해 혈액으로 침투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혈액과 반응해 새로운 염증 매개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만성기관지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관련 질환자들이 이 시기에 고통을 호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염물질이 혈액 속으로 직접 들어감에 따라 호흡기 관련 질환뿐만 아니라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 관련 질환이나 뇌중풍(뇌졸중) 같은 뇌 관련 질환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최근에는 당뇨와 고혈압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황사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황사가 발생했을 때 호흡기 질환 및 심혈관 질환자들의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눈에 보이는 황사’라고 해서 해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몸속으로는 침투하지 못하지만 눈이나 코, 피부 등에 영향을 미친다. 황사가 지속되면 안과 환자가 늘어나는데 황사와 함께 봄철의 건조한 공기가 자극성 결막염과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황사 때 눈을 자주 비비게 되면 바이러스성 결막염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실내에 있을 때도 손을 자주 씻어 주는 것이 좋다.
황사가 발생하면 먼지 농도는 평상시보다 4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시 먼지 농도는 m³당 58μg 정도이지만 황사 때는 1시간 평균농도로 m³당 200∼500μg 정도로 올라가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2900μg까지 치솟는다.
황사의 해악이 지금은 같은 농도의 대기오염 물질에 비해 덜한 편이지만 중국의 대기오염이 심해질수록 독성물질이 많아져 더욱 해롭게 된다.
이런 황사로부터 피해를 줄이려면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호흡기 질환자나 심혈관 질환자는 외출을 삼가야 한다. 아무래도 실내 공기가 좋기 때문이다. 물을 하루에 8∼10잔씩 마시면 건조해지기 쉬운 목이나 코 등을 보호해 질병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외출을 할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그나마 좋다. 안 질환이 있거나 황사가 심하다면 보안경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외출 후 돌아왔을 때는 손발과 얼굴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까지 할 것을 권한다.
홍윤철 서울대 교수·예방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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