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머니가 전·의경 아들을 지켜야 하는 나라

  • 입력 2006년 5월 4일 03시 05분


아들을 군대 대신 전투경찰과 의무경찰에 보낸 부모들은 쇠파이프와 죽봉을 휘두르는 시위 장면을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마음을 졸이다 못한 그들은 ‘전·의경 부모 모임’을 결성해 시위 현장을 찾아다니며 평화시위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주 전남 순천시 현대하이스코 시위 현장에선 이들 부모 3명이 폭행을 당했다. 일부 시위대가 ‘전·의경 부모 모임’이란 어깨띠를 두른 부모들을 “경찰이 동원한 사람들”이라며 참관대에서 끌어내는 과정에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전·의경 부모들은 지난해 11월 농민 2명이 사망한 시위에서 자식들이 심하게 부상했는데도 시위 주동자들이 오히려 ‘폭력 경찰’로 몰자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민주노총과 한총련 웹사이트 게시판에 돌 죽창 화염병을 던지지 말자는 글을 올리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 방석모를 쓰고 방패를 든 전·의경 대열 속에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동생과 조카도 있고, 전 조합원도 있다. 한총련 회원들은 제대하고 캠퍼스에 돌아가면 만날 얼굴들이다.

자기 권리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의무 복무 중인 청년들의 신체와 생명을 해쳐도 상관없다는 식의 폭력시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대규모 시위 때마다 살상무기에 부상한 전·의경들이 경찰병원에 수십 명씩 실려 온다. 그들의 신음을 얼마나 더 들어야 하는가.

폭력시위의 악순환이 단절되지 않는 것은 공권력이 폭력시위에 강력히 대처하지 않는 탓도 있다. 사고가 나면 시위자들의 책임은 묻지 않고 경찰만 문책하는 바람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포기해 전·의경 부상자만 늘어나는 것이다.

한 부모는 “의경에 지원하겠다는 걸 위험하다고 말려 육군에 보냈더니 전경으로 차출됐다. 부모 동의도 받지 않고 전경으로 차출했으면 다치지 않게 보호를 해야 할 것 아니냐”며 정부를 원망했다. 이 나라가 어쩌다가 전·의경인 아들을 어머니가 지켜야 하는 나라가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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