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만난 것은 2003년 1월 삼성SDS 사장으로 발령이 난 첫날이었다. 당시 나는 신라호텔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정보기술(IT) 서비스업계에 몸을 담게 되었고, 유사하게도 미국 최대 제과업체인 RJR 나비스코에서 일하다 IBM이라는 IT업계에 종사하게 된 루이스 거스너의 책을 고르게 되었다.
“누가 코끼리는 춤을 출 수가 없다고 말하는가?”
거스너는 이 질문을 화두로 삼아 1990년대 초반 ‘빈사 직전의 코끼리’였던 IBM이 극적으로 부활한 과정을 경영자의 시각에서 담담히 그려 낸다. 그가 취임할 당시 IBM은 메인 프레임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공과 온정주의적인 문화 전통에 둘러싸여 시장 및 경쟁사 등 외부 상황 변화에 둔감해 있었다. 그 결과 1993년 당시 적자가 80억 달러에 이르러 IBM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었다.
거스너는 IBM에 희망과 도전, 그리고 혁신과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중심에 전략과 문화개혁이 있었으나, 그 역시 당시엔 문화개혁의 힘을 잘 몰랐다. 그는 문화란 비전 전략 마케팅 재정 등과 함께 어떤 조직의 구성과 성공을 좌우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던 그가 10년이 지난 뒤 “문화는 승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가 아닌 문화 그 자체가 승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문화개혁과 혁신은 ‘실천하는 리더십’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리더는 자신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사랑해야 하며, 리더가 열정과 공정함을 가지고 몸소 실천할 때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나아가 회사의 문화를 혁신시키고 회사의 성공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IBM 취임 직후 거스너가 준 과제에 중역들은 한결같이 “담당자와 검토한 뒤 보고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거스너는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이름만 가르쳐 주십시오. 지금부터는 그 사람하고 직접 이야기하겠습니다”라고 했고, 결국 책상에 앉아 거들먹거리던 임원들을 현장으로 나가 몸소 실천하도록 만들었다.
그가 10여 년 후 은퇴할 때 IBM은 80억 달러 적자에서 순이익 80억 달러의 흑자 기업으로 바뀌었고, 주가는 취임 때에 비해 10배에 이르렀다.
거스너가 부임하자마자 한 일은 직원들과의 의사소통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는 전 세계의 모든 직원에게 “친애하는 동료들에게”로 시작하는 e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의 진솔한 마음과 회사 관련 정보들을 담은 e메일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했다. 나 또한 취임 이후 매주 월요일이면 전국의 사업장에 흩어져 있는 7500여 명의 사우에게 사랑과 열정을 담아 편지를 보낸다. 직원 모두가 회사를 단순히 내가 다니는 회사가 아닌 ‘내 회사’라고 부르길 바라며.
김인 삼성SD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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