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염영일]인조인간 로봇 ‘에버원’에 거는 기대

  • 입력 2006년 5월 13일 02시 59분


최근 인조인간 로봇 ‘에버원’의 개발 소식으로 일반인들의 로봇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버원뿐만 아니라 인간형 로봇 ‘휴보’와 ‘마루’ ‘아라’ 등이 근래에 잇달아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버원은 상반신이 움직이는 인조인간 로봇으로 일본의 ‘액트로이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됐고, 얼굴 표정은 일본 것보다 우수하다고 하니 축하할 일이다.

미국의 엔지니어 조지 드볼이 1954년 프로그램이 가능한 로봇을 최초로 개발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로봇은 크게 지능형 로봇과 산업형 로봇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용접 로봇과 같은 산업형 로봇은 열악한 환경의 산업현장에서 이미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로봇의 어원이 된 체코어 ‘로보타(강제 노동)’의 이름값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형 로봇은 특정한 작업을 기계적이고 능률적으로 할 뿐 사람과는 외형부터 많이 다르다. 스타워즈에 나왔던 ‘알투디투’처럼 사람같이 생겨 사람과 대화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로봇을 ‘휴머노이드’라고 한다. 이 로봇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대화와 감정 표현 등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한 마디로 지능로봇이라 할 수 있다.

인간에 근접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기대하는 것은 적어도 앞으로 20년간은 힘들다. 에버원 등을 만드는 것은 로봇 등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자유롭게 행동하는 제대로 된 지능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응답하는 과정만 해도 사람에게는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로봇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목소리 자체를 인식하는 기술이 필요하고 그 음성의 뜻을 알아내려면 자연언어 처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 그에 따른 응답을 하려면 대화 처리 능력과 음성 합성 기술도 필요하다. 여기에다 여러 사람의 말을 동시에 알아듣거나 음성이나 말투로 말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능력과 사람처럼 상대의 표정이나 몸짓을 인식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해진다. 에버원이나 휴보, 마루나 아라는 음성인식 대화가 가능하지만 불과 몇 개의 문장만 인식하고 그에 따라 정해진 말을 하는 수준일 뿐이다. 어디 음성인식 기술뿐인가. 영상을 통한 얼굴인식에서는 로봇 앞에 혼자 서 있으면 특정인으로 인식하는 게 가능하지만 그 사람이 여러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제대로 구분해 내기가 쉽지 않다.

지능형 로봇 개발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이슈는 학습능력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청소로봇을 예로 든다면 청소로봇에게 어떻게 거실에 있는 소파나 장식장의 위치를 효율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지능형 로봇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 밖에도 촉각 센서를 작게 만들기 위한 나노기술이 필요하고, 후각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높은 화학 지식이 필요하다. 전자 및 제어, 기계, 전산, 생체역학, 산업디자인은 물론 심리학까지 필요한 것이 지능형 로봇인 것이다.

로봇 분야의 세계적인 강국인 미국은 실용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와의 전쟁 때 투입됐던 무인항공기와 폭탄을 제거하는 로봇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2003년 11월 지능형 로봇을 국가 10대 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 선정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로봇에 관심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그 역사가 너무나 짧다.

그러나 최근의 잇단 성과들은 희망적이다. 로봇 연구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로봇은 반드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염영일 포항공대 교수 포항지능로봇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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