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헨리 키신저]美, 이란 核협상 적극 나서라

  • 입력 2006년 5월 16일 03시 03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는 몇 가지 수준에서 검토해야 한다. 이 편지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조항을 무시하는 이란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심의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편지의 의도와 선동적 톤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거부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이란 지도자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미 대통령에게 직접 접근한 것은 전술적, 선전적인 의도 이상을 내포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편지를 활용한 대중 선동으로 이란의 급진파는 미국과의 대화에 익숙해질 수도 있다.

어떤 해석이 정확한지는 앞으로 발생할 일들이 말해 줄 것이다. 미국의 과제는 이 현안에 대해 자신의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세계는 핵무기가 각 국가 군비의 표준이 되는 악몽 같은 전망에 직면해 있다. 북한과 이란의 핵 확산에 대한 협상이 이런 전망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두 협상 가운데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간 6자회담이 프랑스 독일 영국 이란 간 4자회담보다 진전된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는 북한이 안전보장, 경제원조, 대체 에너지 발전 등을 조건으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가시적인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토의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은 북한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 북한은 아마도 핵 무장을 강화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는 것 같다.

이란 문제는 형식적인 합의조차 없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국제적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합의를 거부해 왔다. 이런 합의 없이는 다른 무기에 대한 통제가 무의미하다.

미국이 북한 또는 이란과의 양자 회담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는지가 종종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런 논란은 부수적인 문제다. 6자회담은 양자 회담을 위한 적절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평양이 시도하는 문제와 부시 행정부가 반대하는 문제는 6자회담 테두리 밖에서 별도로 논의된다. 이 때문에 미국 북한 이외의 다른 당사국들은 베이징회담 연대책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이란과의 양자 협상에서도 고려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식 협상은 인질 위기, 이란의 테러집단 지원, 이란 대통령의 공격적인 수사 때문에 진전되지 못했다. 이란 대통령의 편지도 이런 문제를 없애지 못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대리인(代理人)을 통해 협상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테헤란과의 핵 회담을 위한 다각적인 현장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미국이 시급한 문제에 참여할 수 있다.

지금의 외교 정책은 새로운 추진력이 필요하다. 집중적인 외교 노력도 북한의 고집과 이란의 광신주의에 패배할 수 있다. 우선 미국과 협상 당사국들은 협상에 필요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합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 실전 배치와 이란의 핵무기 최초 생산 가능 시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2008년에는 미국과 러시아 정부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 단계는 다자간 협상과 정권 교체 전략 간에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다. 핵무기 협상은 핵 포기에 따른 안전보장 및 경제적 수혜와 같은 보상을 포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점은 정권 교체 전략과 다른 측면이다.

이란과의 핵 협상을 위해서는 일관된 회담과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외교정책은 효율성을 위해 방해 공작에 대한 제재 의지도 들어가야 한다. 군사적 조치는 이런 점을 감안한 뒤에 착수해야 한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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