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장을 가까이에서 모신 경험이 있는 숙명여대 한영실(韓榮實·식품영양학) 교수는 이 총장을 ‘소녀의 미소를 간직한 맑은 성품의 소유자’라고 표현했다.
“사무처장을 하면서 속상한 일이 있어 총장님 앞에서 운 적이 있었어요. 누군가 저를 속상하게 했다고 울면서 얘기했죠. 제 얘기를 다 들은 총장님이 제 손을 잡으시더니 저를 울게 만든 그 사람을 위해 기도를 하재요. 총장님이 ‘한 교수를 더욱 성숙시키고 인간답게 하기 위해 그 사람이 희생해 한 교수에게 시련을 주는 거니까 그 사람을 위해 감사 기도를 올리자’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너무 신기한 게 나란히 앉아 기도를 하다 보니 어느새 화가 풀려 있었어요.”
올곧고 정확하면서도 온화하고 다정한 성품 때문에 이 총장 주변에는 사람이 많다. 지인(知人)들이 고민이 있으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그라고 한다. 네 번째 연임 비결을 물어보니 동료 교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총장직은 학교 비전을 세운 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을 하도록 이끄는 자리입니다. 흔히들 대학에는 교수 수만큼 총장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총장은 각각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그것을 조정할 능력이 필요해요. 저를 다시 한번 믿어준 교수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1994년 이 총장 취임 당시 6개교에 불과했던 국내외 자매결연 대학은 현재 158개교, 교원은 211명에서 523명으로 늘었다. 1995년 제2 창학을 선언하면서 올해까지 모으겠다고 약속했던 1000억 원의 발전기금도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으로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약 940억 원의 발전기금이 모였다.
“특별히 경영학을 따로 공부한 적은 없었어요. 학교 다닐 때 필수과목이던 ‘경제학원론’을 공부한 게 다였죠.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총장 취임 이후입니다. 기업과 동문을 찾아가 기부를 요청하면서 몸으로 배운 것도 있고, 사장님들을 만나면서 보고 배운 것도 있습니다. 특히 1998년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하면서 경영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이 총장은 취임 이후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경영학 관련 서적 2, 3권은 읽고 있다.
독서와 함께 이 총장이 빠뜨리지 않는 일이 또 있다. 새벽기도와 남편을 위한 아침 준비가 그것.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총장은 매일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다녀온 뒤 아침을 직접 준비한다. 이 총장의 남편은 고려대 부총장을 지낸 최영상(崔永翔) 교수. 여동생은 이숙자(李淑子) 전 성신여대 총장이다.
이 총장은 올해 창학 100주년을 맞이하는 숙명여대의 비전을 ‘세계 최고의 리더십 대학’으로 세웠다. 2020년까지 여러 분야의 리더 가운데 최소 10%를 숙명여대가 배출하겠다는 목표로 ‘2020년 10%’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5월 22일은 숙명여대의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날이다. 19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100주년 전야제’ 행사에는 미주 동문 100여 명을 포함해 2000여 명의 동문이 참가한다. 이 외에 100주년 기념 성화, 우표 발행, 글로벌 리더십 특강이 진행 중이다.
‘베테랑 총장’으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총장의 조건을 물었다.
“가장 중요한 건 학문적 기반입니다. 그래야 구성원인 교수들과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그 다음이 행정력이죠. 어떻게 학교를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리더십과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또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개개인의 자부심이 높은 교수집단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능력은 필수죠.”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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