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운동선수 가운데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해 본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눈빛부터 다르다고 한다. 엇비슷한 실력의 선수들끼리 붙게 되면 집중력이 강하고 자신감이 충만한 쪽의 승산이 높게 마련이다. ‘이기는 법’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다. 국력이 커지면서 한국 스포츠의 약점이던 선수들의 체력도 많이 좋아졌다. 지식정보화시대라 기술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남은 것은 정신력과 심리상태다. 명상은 이제 모든 종목의 중요한 훈련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중간’ 정도의 스트레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긴장감이 풀어져도 경기에 이길 수 없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실력 발휘가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월드컵 대표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의 기대가 워낙 높아 경기일이 다가올수록 엄청난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여기에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은 선수 자신들의 성취 욕구도 그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선수들의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일부 정부 부처가 “장관이 이번에 월드컵을 보러 가는데 대표선수들을 만나게 해 달라” “대표팀의 독일 숙소에 한국 홍보 부스를 설치할 테니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라”는 등의 요구로 축구협회를 조르고 있다고 한다. 해 준 일 없이 뒤늦게 생색 낼 궁리만 찾는 듯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심해질까 걱정이다. “안 도와줘도 좋으니 제발 내버려두라”는 축구협회의 하소연을 들었으면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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