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국내의 스포츠학계는 스포츠의 ‘배신자’보다는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 속에 스포츠의 역기능을 소극적으로 다루면서 ‘스포츠 계몽적’이면서도 자화자찬이 엿보이는 책들을 양산해 왔다. ‘스포츠, 그 열광의 사회학’은 이러한 스포츠학계의 기능주의적 의무감 내지는 순기능적 편견을 배제한, 적어도 국내에서는 몇 안 되는 결과물 중 하나다.
역자는 스포츠사회학의 교과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 책이 ‘일반인들이 교양서로 읽기에도 별로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권한다. 앞부분에서 스포츠의 생성과 역사, 그리고 사회학 이론을 다루는 등 교과서로서의 기능이 드러나긴 하지만, 이 책은 스포츠라는 대중문화를 사회문화적으로 분석한 충실한 내용의 교양서로서도 부족함이 없다.
우선 스포츠를 다루는 사회과학적, 문화사적 폭이 상당히 넓고 분석의 깊이에서도 여느 책에 뒤지지 않는다. 자료의 방대함이나 사례의 다양함에서도 어느 스포츠사회학 교과서보다 견실하다. 특히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치던 주요 개념이나 역사적 사건들을 별도의 박스를 활용해 설명하는 친절함은 책의 요긴함을 더해준다.
이 책은 유럽의 역사나 상류사회, 기독교와 스포츠와의 상관관계 등을 다루면서 스포츠의 문명화 내지는 근대화 과정을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래 노동계급이 즐기던 스포츠에 교회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결국 스포츠가 지배계급에 고분고분한 노동자들을 양산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분석은 설득력 있는 논리와 함께 읽는 재미를 전달한다.
또 저자는 스포츠가 자본과 미디어와 삼각동맹을 맺으며 상업화되는 과정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나이키, 조든, 우즈, 머독 등의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세계 최대의 도시조차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 버린 올림픽을 유지하기에 급급했던 IOC는 결국 상업주의와 뜨겁게 포옹하게 되면서 타락했고 올림픽 유치에는 브로커가 활개 치고 수백만 달러의 돈이 오간다. 한 유치 신청 도시가 IOC 위원들의 성적(性的) 파트너에 대한 취향까지 조사했다는 사실은 차라리 외면하고 싶다.
아울러 스포츠를 통한 일상정치, 그리고 순응과 저항이라는 스포츠의 양면성을 적절하게 드러낸다. 나이키는 코카콜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의 소비 유형을 변화시켰고 여가와 노동, 성, 가족, 애국심에 대한 태도를 바꿔놓았다. 포스트모던시대의 스포츠가 창조해 내는 상징적 조작과 스펙터클의 위험성,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대중의 일상을 훈육 내지 통제하려는 이데올로기 장치를 생각한다면, 스포츠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그리 순수하지만은 않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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