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일과 삶/조우형]꿈을 담은 집짓기

  • 입력 2006년 5월 26일 02시 59분


시간이 흘러 내가 지은 집의 입주가 시작됐다. 흙먼지 날리던 현장이 잔디로 뒤덮이고 꽃도 만개했다.

내 나이 서른셋, 누가 내 직업을 물으면 ‘집 짓는 사람’이라고 기쁜 마음으로 대답한다. 내 오랜 꿈이기도 했던 단독주택을 짓는 일…. 국내외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의 설계를 바탕으로 매력 넘치는 단독주택을 짓고 있다.

80여 채로 구성된 경기 용인시 양지면의 단독주택 단지가 내 첫 ‘작품’이다. 재작년에 터를 잡았고 유명 건축가들을 찾아가 집이 갖춰야 할 조건과 나의 꿈을 설명했고, 실제로 집이 지어지는 과정까지 모두 내 손으로 관리하고 있다.

내 집을 짓겠다는 꿈은 가지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집 짓는 일에 매진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9년 전 대학을 졸업할 당시 나를 비롯한 또래들은 외환위기로 취업이 힘들었다. 다행히 정보기술(IT)산업이 부흥하면서 나도 겨우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직장 일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집짓는 일을 꼭 해 보리라 꿈꿨다. 그리고 마침내 단독주택 단지를 짓는 회사를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

사람 좋아하는 나는 각계에 흩어져 일하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회사일을 시작했다. 빈 터에 집을 올리는 일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친구들이 아니고서는 서로 이해하며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알아주는 친구들과 작은 꿈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회사 식구들은 모두 30대 초반이다. 주변에서는 젊다 못해 어리다는 반응이다. 그만큼 우리는 꿈을 좇는 일에 두려움이 없다. 현실과 타협하는 일도 없다. 우리가 지은 집을 찾는 사람들은 나이 지긋한 이들이 많지만 오히려 우리의 열정에 젖어 들어 동생처럼, 자식처럼 대해 준다.

아파트와는 달리 단독주택은 살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 그냥 지하철역이 가까워서, 자녀들의 교육 여건이 좋아서 등등 재미없고 막연하고 현실적인 이유가 아니다. 태어날 손자의 이름으로 마당에 나무를 심어 주고 싶어서, 윗집과 아랫집의 잔소리 걱정 없이 음악을 마음껏 큰 소리로 즐기려고, 마당으로 비가 떨어지는 소리와 그 내음이 좋아서 등 아주 특별한 까닭으로 단독주택을 찾는다.

이런 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집 짓는 과정까지 즐긴다. 벽돌이 한 장 한 장 쌓여 집이 완성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마음은 우리나 그들이나 같다. 주말마다 들러 우리와 바비큐 파티를 하며 집이 지어지는 것을 본 그들은 완공의 기쁨도 우리와 나눴고, 입주를 하면서도 낯설지 않아 좋다고 했다. 그들과 집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그 생각을 실현해 가며 나는 즐거웠다. 그리고 그들과 격의 없이 집과 인생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지었고, 실제로 그곳에 살면서 좋은 이웃도 얻었다. 또 어린 시절 가장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지난 2년 동안 휴일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나는 친구들과 함께 꿈을 좇았다. 그 꿈이 단독주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꿈이기도 해서 기뻤다. 나는 이제 열심히 일한 직원이자 친구들의 이름을 잊지 않고 마을 한구석에 조용히 새겨 줄 것이다.

조우형 더뮤지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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