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법조계는 담합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힘들고, 증거 확보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또 부녀회는 사업자단체가 아닌 친목단체이며, 따라서 그들의 행위는 법적으로 ‘담합’이 아닌 ‘단합된 행동’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있어도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시장을 안정시키는 제도적 정비보다 규제 단속 처벌 등 대증(對症)요법에만 열을 올리는 건교부는 ‘혁신 부처’인가, ‘구태(舊態) 부처’인가.
▷교육인적자원부는 기자가 학교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학교나 교실에서 취재하거나, 학부모가 ‘문제 행동’을 일으킬 경우 고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16개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고발 등 극단적 방법으로 풀어 나가려는 발상이 현 정부 ‘코드’의 ‘선두 부처’답다. 촌지, 학교 폭력 등 학교가 밝히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 취재를 막는 도구로 악용(惡用)될 소지도 있어 보인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따질 때마다 낮은 법치(法治) 수준이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세계은행은 한국 정부의 경쟁력을 209개국 가운데 60위로 평가했는데 법치주의 분야는 평균보다 더 떨어진 66위였다. 어느 땐 불법 폭력시위도 어물쩍 넘겨 버리고, 어느 땐 소급입법 금지원칙까지 깨려 하는 등 법 인식이나 집행에 원칙이 없다는 지적이다. 엄격해야 할 때 엄격하지 못한 온정주의,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필요할 땐 언제든 칼을 빼드는 ‘그들만의 법치’가 ‘버림받는 정권’의 지름길 아닐까.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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