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너희에게 무엇이냐?”
얼마 전부터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모 통신회사의 광고에서 차범근 감독이 후배들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바야흐로 월드컵 시즌이다. 각종 매스미디어는 차 감독의 목소리와 선수 시절 사진들이 담긴 광고뿐만 아니라 현재의 월드컵대표팀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축구 경기 자체를 소재로 삼아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의 각종 포털 사이트도 경쟁적으로 축구 관련 마케팅을 하느라 분주하다. 거리로 나서 보면 여기저기서 독일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당부하는 격려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우리(자신을 축구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차 감독이 던진 질문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과연 축구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축구가 과연 무엇이기에 2002년 뜨거운 여름날 수백만 명의 국민이 모두 붉은색 옷을 입고 거리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게 했을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환희의 눈물을 흘렸고, 다시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서도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는 이런 질문들에 직답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답을 구할 수 있는 힌트 정도는 던져 주는 책이다. 축구에 ‘열광’의 정도를 지나 ‘미쳐’ 있다고 할 만한 사회와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며 축구의 사회학적인 측면을 들여다본 저자의 관점이 일반적인 축구 이야기들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아니 축구를 통해, 축구에 푹 빠져 있는 국가와 사회를 해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화와 지역주의라는 시대적 명제에 대해서도 답을 구하는 태도는 진지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으로 분리 독립한 옛 유고슬라비아의 명문 클럽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와 1990년대 초반 벌어졌던 유고내전의 처참한 인종분쟁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스코틀랜드의 양대 명문 클럽인 셀틱과 레인저스의 더비매치 이면에 자리 잡은 신·구교의 갈등은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발로 뛰며 파헤쳤다.
그 밖에도 훌리건이라는 말의 시초가 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훌리건들과의 만남이나 펠레를 모티브로 한 ‘축구 왕국’ 브라질의 어두운 뒷면 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추연구 FS코퍼레이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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