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10월 베트남전 파병을 위해 맹호부대에서 훈련을 하던 중 부하의 실수로 수류탄이 부하들 사이에 떨어지자 이를 몸으로 덮었던 강재구 소령은 지금 육관사관학교 연병장에 동상으로 서 있다. 해군사관학교 정문으로 들어서면 보게 되는 고 이인호 소령은 1966년 8월 베트콩의 지하 땅굴을 수색하던 중 적이 던진 수류탄을 몸으로 덮어 부하들의 목숨을 건지고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했던 베트남전의 영웅이다.
올해 어린이날, 하늘을 동경하는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기 위해 에어쇼를 하다가 산화한 김도현 소령도 탈출하면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공군사관학교 교수 시절에 4년간 김 소령을 가르쳤던 사람으로서 그의 밝고 의지에 찼던 사관생도 시절의 모습을 더듬어 보면, 더 많은 일을 하고 떠나야 하는 인재와 제자를 잃은 아쉬움에 가슴 아프다.
독립투쟁과 건국, 6·25전쟁, 해외 파병, 대간첩작전을 비롯한 각종 작전과 훈련과정에서 순직한 많은 분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도 존재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은 평소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각오를 다지며 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또 야망과 꿈도 있었다. 그들은 판단이 필요했던 그 찰나에 그 모든 것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을 희생했고, 우리를 울렸다.
이런 그들이 세월이 흐른다는 이유로 서서히 잊혀지고 있는 듯하다. 살신성인의 정신을 실현한 영웅들의 희생을 고귀하게 여기며 기억하는 마음이 있는지 묻고 싶다. 행여 그들의 희생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일은 없었는지 겸허한 반성도 해 본다.
그들의 살신성인 정신은 후예들에게 전수되어야 한다. 영국인들은 “워털루전쟁의 승리는 이미 이튼고등학교의 운동장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국가의 위기에 솔선하여 전쟁터에 나가 이른바 신성한 의무(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도록 가르쳤다는 것이다. 미국의 웰링턴 국립묘지에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짧지만 의미심장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꽃다운 나이의 목숨을 던져서 자유와 민주국가를 지켜 온 많은 분을 생각하며 감사와 경의를 보낸다. 아울러 남겨진 가족을 위한 국가의 제도적 보장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국민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를 다지며 오늘도 군화 끈을 매는 저들이 있기에 우리는 평화와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필환 백석대 교수 전 공군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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