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中미술시장 ‘블루오션’만은 아니다

  • 입력 2006년 6월 7일 02시 59분


중국이 가파른 경제성장과 사회변화를 겪으면서 중국 현대미술도 국제적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현대미술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회화 조소 사진 설치 영상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무대로 진출했다. 중국 작가들은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통해 중국 미술이 세계무대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는 경제 도시를 거점으로 발전한다. 그런데 정치 도시인 베이징이 경제 도시인 상하이(上海)보다 현대미술이 강세인 것은 베이징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과 연관성이 있다.

문화혁명이 끝난 후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베이징으로 몰려든 화가들은 베이징 시 하이뎬(海淀) 구의 위안밍위안(圓明園) 뒤쪽에 모였다. 속칭 ‘위안밍위안’이라고 불리던 이 화가촌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 정부에 의해 해체됐다. 지근거리에 있는 베이징대, 칭화(淸華)대, 런민(人民)대 학생들이 이곳 화가촌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화가들은 임대료가 싼 베이징 교외로 흩어져 새로운 화가촌을 형성했는데 대표적인 곳이 베이징 동쪽의 퉁(通) 현 쑹좡(宋庄)이다. 이곳에서 오늘날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장샤오강(張曉剛), 팡리쥔(方力鈞), 양사오빈(楊少斌) 등의 작가들이 배출됐다.

이들은 개혁개방 이후 미술교육을 받은 세대로 톈안먼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인권문제와 중국식 사회주의의 모순을 중국인 특유의 해학으로 풀어 놓았다. 이 작품들이 중국 인권에 관심이 많은 서방 국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중국을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에 올려놓은 원동력이 됐다. 요즘 중국 미술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 점점 탈피하고 있다. 변화와 발전 속에서 중국의 정체성을 탐구하려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창작이 활발한데 유통이 그저 죽어만 있을 리 없다. 현재 베이징에만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화랑이 성업을 이루고 있으며 새로 진출하는 외국 화랑 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표갤러리 등 국내 메이저급 화랑도 최근 베이징에 대규모 전시장을 열고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화랑협회에서도 공동 출자해 전시 공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며 ‘문화예술도 앞으로 중국만이 살길’이라는 흐름이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중국 내수시장이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주로 외국인 화상이나 소장가를 통해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한국 작품이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점하고 보자’는 식의 진출은 중국 작가의 작품 가격만 올려놓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한국 작가들이 세계로 진출하는 데 중국을 교두보로 삼고자 하는 원래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분명 요즘 중국 현대미술 시장은 세계 미술시장의 축소판이 되어 가는 듯하다. 그렇지만 중국 미술 시장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기획력을 가진 국내 전문가들의 네트워킹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한중 수교 직후 ‘차이나 드림’의 유행 속에 중국의 인구와 잠재성만을 보고 진출했던 수많은 국내 중소기업이 대부분 실패한 일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 위로 나는 마법 융단을 타고….”

‘매직 카펫 라이드’(자우림)라는 가요의 한 구절이다. 오늘날 중국 현대미술 시장을 둘러싼 국내의 폭발적인 관심도 이와 비슷하다. 마법 융단은 좋지만 방향을 잃고 불안한 공중곡예를 하게 되지는 않을지 내심 불안하다.

전윤수 중국미술연구소 대표 북촌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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