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GPS 족쇄

  • 입력 2006년 6월 9일 21시 58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은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군사용으로 개발돼 1980년대 들어 민수용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GPS는 지구를 하루에 두 번 선회하는 24개의 위성으로 편성돼 있다. GPS 수신기는 위성이 쏘는 정보를 받아 3각 측량법을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계산해 낸다. GPS는 날씨와 관계없이 세계 어디서든 하루 24시간 작동한다. GPS가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분야는 자동차. GPS 수신기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최단(最短) 거리를 계산해 자동차의 속도 방향 노선 주행거리는 물론 남아 있는 거리를 알려 준다.

▷인터넷처럼 GPS가 활용되는 분야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GPS를 성범죄자 감시에 쓰는 법률이 미국 23개 주에서 통과됐다. 인권침해 논란이 있지만 성범죄로부터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사회방위 논리가 여론의 지지를 더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들은 재범률이 높다. 상습 성범죄자들은 성 도착적 습벽이 완치되지 않는 한 스스로 이성적으로 행동을 억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성범죄자들에게 장기형을 선고해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들을 장기간 구금 상태에 두고 관리하자면 교정(矯正)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런 고민을 GPS 수신기가 해결해 준다. 집행유예나 가석방 혹은 형기 만료로 풀려나는 성범죄 누범자의 발목이나 허리춤에 GPS 수신기를 채워 놓으면 2초 간격으로 위치가 파악된다. 하루 관리비용은 단 10달러. 교도소 증설 및 관리, 교도관 증원 예산에 비할 바 못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범죄 신고율이 6.1%에 그쳐 상습 누범자를 상대로 하는 GPS 족쇄가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성범죄 예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성범죄자의 외출 제한뿐 아니라 ‘화학적 거세’ 주장까지 나온다. GPS 족쇄는 이에 비해 훨씬 인권침해 소지가 작다. 한밤중에도 위성이 자기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범죄적 충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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