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 80년대 유신독재, 전두환 독재에 저항하던 학생 교수 지식인들은 고통을 겪었다. 한국의 민주화는 묵묵히 일터를 지키던 넥타이 부대가 1987년 6월 항쟁에 대거 동참함으로써 결정적으로 물줄기를 돌려놓았다. 엄혹한 시절에 민주화를 외치다가 학교에서 쫓겨나고 감옥에 간 용기를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마시멜로를 몽땅 받아먹은 사람이 적지 않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작년 8월 “20년 동안 민주화 투쟁을 했고, 총리 공관은 투쟁의 결과로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민청학련 사건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했던 이 전 총리는 5선 국회의원에 교육부 장관을 거쳐 ‘총리 공관을 쟁취했다가’ 3·1절 골프 때문에 물러났다. 서울대 교수에서 두 번 해직되고 옥고를 치른 한완상 씨는 통일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냈고, 관선이사가 파견된 상지대와 한성대 총장에다 국립 방송통신대 총장까지 대학 총장을 세 번 하고 지금은 총리급이 하던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맡고 있다.
▷민주화운동 투사였던 김근태 열린우리당 신임 의장이 “민주화세력이라는 것을 더는 가슴에 달고 다니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의 메시지는 민주화세력이라는 이유로 국민이 더는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각(晩覺)이다. 민주화 훈장을 가슴에 달고 마시멜로를 넉넉하게 받은 사람들이 국정을 끝없이 표류시킨 탓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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